오리온전기는 국내 최초의 브라운관 생산업체이며 대우그룹의 전자부문을
대표하는 영상 디스플레이 업체다.

지난 89년까지만 해도 이렇다할 동우회활동이 없다가 89년 12월 31일
기획관리부 이응희 부장과 산하의 각 팀장급 8명이 소백산 등산을
다녀오고부터 등산 동우회가 생겼다.

지금은 구미공장에 내려가 근무하고 있는 김홍기 차장이 "90년대의
새벽을 산에서 맞자"는 제안을 했는데 뜻밖에 여러 사람의 의기가
투합된 것이다.

하지만 등산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던 터라 이때의 겨울산행은
처음부터 고생길이었다.

제대로 등산장비를 갖춘 사람이 드물어서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산을 오를 때도 힘들었지만 희방사 쪽의 가파른 산길을 내려올 때에는
갑자기 내린 눈 때문에 "조난을 당하는게 아닌가" 싶을 만큼의 위험한
고비도 여러번 넘겼다.

평소에는 말이 별로 없던 김학준 차장이 썰렁하기 짝이 없는 개그를
늘어놓아 그때 일행들이 느끼던 공포감을 많이 줄여주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다음부터는 절대 등산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본인이 심심풀이 삼아 동우회를 결성하는게 어떠냐고 말하자 모두들
맞장구를 쳤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계절이 바뀔때마다 산을 타는 산사람들이 됐다.

특히 매년 새해에는 꼭 산에 올라 해돋이를 구경하는게 무슨
불문율처럼 되었다.

작년에는 우리 등산회가 대변신을 했다.

등산에 낚시를 보태 "등낚회"가 된 것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낚시와 등산이 합해진 것은 가족들이
참여하면서 부터다.

새해휴가를 고스란히 뺏기고 있던 가족들이 아예 등산회 참가를
강행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무래도 사고위험이 많았다.

그래서 낚시를 좋아하는 회원들이 가족들과 낚시하며 물가에서
놀아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 봄엔 제주도에서 한라산 등반팀과 바다낚시팀이 각각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현재 등낚회에는 모두 24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금년에 총회를 열어 회장을 새로 뽑았는데 젊은 사람이 해보라는
선배들의 권유에 따라 김국남 회원이 회장을 맡았고 총무는 이은경
회원이 맡았다.

본인은 전임 회장으로 고문역을 맡았다.

회원수가 불어나다보니 살림살이도 예전보다 많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회사의 지원과 가족들의 내조에 힘입어 잘 운영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각자 업무들이 바빠 매번 회원들의 참가가
70%를 넘지 않는다는 점 정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