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오는 8월 1일로 창업 1백주년을 맞는다.

두산은 1일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창업기념행사를 갖고 21세기
초일류 기업을 향한 창업 2세기 비전을 선포한다.

생활문화와 정보유통 기술소재 등 3개 사업군을 키워 한국 최고 기업의
긍지를 높여나가겠다는 게 비전의 내용이다.

박승직창업주 연강 박두병회장에 이어 3세 경영을 맡고 있는 박용곤
두산그룹회장도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1백년의 전통을 승계해
21세기 신개화기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은 박회장과의 인터뷰 내용.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창업 1백주년을 맞이한 감회는.

<>박용곤두산그룹회장 = 두산이 1백주년을 이어온 것은 먼저 고객이 많이
사랑해주었고 종업원들 또한 노력을 다해운 덕분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회장으로서 이 다음 1백년도 과거보다 더 낫고 알차고 활기있게 해나가려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1백주년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두산 1백년"을 있게한 저력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박회장 = 전통을 잘 승계해온 기업 정신이라고 봅니다.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지런하게 뛰어온
보람이 나타난 겁니다.

-창업주인 조부나 선친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습니까.

<>박회장 = 할아버님(박승직창업주)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물론 아버님(연강 박두병회장)도 그렇고요.

할아버지께선 내가 중학교 6학년때 돌아가셨습니다.

6.25사변때 그해 겨울이었지요.

-창업주이신 할아버님로부터 받은 인상은 어떠했습니까.

<>박회장 = 상당히 인자하신 분이었습니다.

지금엔 많이 잊어버렸지만 좋은 얘기를 자주 듣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늘 저희 형제들에게 장사꾼으로서 갖춰야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일러
주셨습니다.

-선친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박회장 = 선친은 할아버님과 비슷한 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친도 조부의 말씀과 교육을 받고 지내오셨기 때문에 가풍이 계속
이어져온 것이지요.

선친께선 늘 "부리는 사람이 되기 전에 부려지는 사람 입장이 되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두산은 1백주년을 대비해 재계에서 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인사정책을 선보였습니다.

연봉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요.

<>박회장 = 성공했다고 봅니다.

얼마전에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70% 정도가 연봉제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연봉제를 위해선 우선 수용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정립돼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능력껏 해서 그만큼 인정받겠다는 사고 방식이
그것입니다.

또 연봉제를 실행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어떤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는 혁신적인 움직임이 바탕이 돼야한다고
봅니다.

이런 두가지 측면에서 볼 때 두산이 앞장서 도입한 연봉제는 아주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은 과장급 이상만 연봉제에 적용되고 있잖습니까.

<>박회장 =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과가 좋은만큼 곧 대리급이상까지 확대하는 등 점차 폭을 넓힐
계획입니다.

-두산 1백년 역사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지난 91년의 페놀사건이
아닌가 하는데요, 그 때를 회고해주시지요.

<>박회장 = 그 당시 개인적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더군다나 사실과 달리 두산이 마치 "일년에 단돈 5백만원을 아끼기 위해
폐수를 흘려보냈다"는 식의 말들을 하니까 견디기 힘들었어요.

-지금와선 페놀 사건의 여파가 모두 가시지 않았습니까.

<>박회장 = 웬걸요.

지금도 우리 그룹 얘기만 나오면 그 사건과 연결해 말하는 부류가 있어
골치가 아픔니다.

그래도 두산은 사실 페놀 사건 훨씬 이전부터 환경 기업을 표방해왔기
때문에 그 후유증을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편입니다.

막대한 환경 투자를 아끼지 않고 해온 덕이지요.

그런 노력의 결과 환경부가 지정하는 환경친화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되는
등 환경 기업이미지를 뿌리내리게 됐습니다.

-앞으로 1백년을 또 내다보셔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1백년후에는 역시 가문의 손자뻘 되는 사람이 경영을 맡게 되는 겁니까.

3세 경영에 이어 4세 5세 경영까지 가는 건 아닙니까.

<>박회장 = 자격이 있고 능력이 된다면 물려주어야지요.

확실히 여기서 말할 순 없지만 제 다음 세대까지는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 다음 세대까지는 아마 어려울 것으로 봐요.

상속세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최근에는 재벌 해체론까지 나오는
등 세상이 자꾸 변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경영 체계가 계속 간다는 전망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두산이 1백년동안 쌓아온 고유의 노하우를 자료로 남길 계획은
없습니까.

또 과거의 경험을 통해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비전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박회장 = 자료보다는 전 경영진과 종업원의 의식속에 남아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노하우가 더욱 큰 가치를 발휘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두산은 3대 사업군을
기반으로한 21세기 비전을 수립해놓고 있습니다.

3대 사업군이란 생활문화와 정보유통 기술소재 등입니다.

식음료 사업으로 대표되는 생활문화사업군은 그동안 소비자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왔습니다.

이제는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소비자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바꿔가려고 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정보유통사업군이지요.

기술소재는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생산을 확장할 것입니다.

21세기에는 정보유통과 기술소재사업군이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고
생활문화사업군은 "캐시 카우(흑자부문)"의 역할을 충실히 떠맡을
것입니다.

-두산하면 OB맥주 아니겠습니까.

맥주는 다른 경쟁사 제품까지도 찾아 드시는 편입니까.

경쟁사 맥주들의 맛에 대해 평가를 해주신다면.

<>박회장 = 솔직한 얘기로 경쟁사 제품은 맥주도 아닙니다.

하나는 시궁창 냄새가 나고 하나는 냉수같기만 하고요.

...정확한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채릴 겁니다.

-외국맥주들과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박회장 =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맥주때문에 마켓 셰어가 줄어드는 등 최근들어 곤혹을 많이
치루지 않았습니까.

<>박회장 =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고 믿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맥주 가격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면서요.

<>박회장 = 주세를 인하해 맥주값을 더욱 낮추도록 해달라는게 우리
주장입니다.

한국 맥주에 붙는 세금은 정확히 2백24.5%나 됩니다.

주세에다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까지 달라붙습니다.

외국 맥주들의 주세는 대개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들 세금은 간접세이므로 낮추기만 하면 곧바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어 돌아가는 것이에요.

-반대로 맥주값이 생수값보다도 싸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박회장 = 그건 사실입니다.

주세 인하와 함께 가격 인상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상 요인이 계속 가격을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만해도 가격 인상을 적절히 허용했더라면 맥주 셰어가 밀리는
과정에서도 그리 힘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주세 인하가 안되니 가격이라도 올려야 기업이 숨을 쉴텐데요.

지금도 가격 인상 요인이 분명히 있는데도 인상이 안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창업 2세기 비전을 소개해주시지요.


<>박회장 = 신개화기 1백년의 주역이 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통을 바탕으로 기업체질을 첨단화하고 상품과 상표를
일류화하며 사업거점을 세계화한다는 등의 3대 기본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심상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