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재 < 연세대 교수 >

세계 반도체기업중에서 NEC를 삼성전자의 비교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우선
NEC가 일본 반도체산업의 대표기업이라는 점에서다.

또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주된 경쟁자이면서도 메모리반도체에서
비메모리반도체로 사업구조 조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NEC의 사례분석은 삼성전자, 나아가 한국의 반도체기업이 향후
나아갈 방향에 있어서 전략적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분석의 초점은 양사간의 차이점을 조명함으로써 NEC 경쟁력의 원천을
추론해 보는데 있다.

주된 차이점은 삼성전자에 비해 NEC는 <>제품의 다각화를 이뤘으며 <>내수
기반이 확고하고 <>기술인프라 및 기술력이 확보되어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NEC는 메모리와 비메모리간에 균형된 사업구조를 이루고 있다.

메모리의 비중이 NEC는 95년 기준으로 매출액의 약 48%인데 비해 삼성전자
는 90%이다.

이는 특정제품의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위험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보다 구체적으로 NEC는 D램, 마스크롬, 마이크로컴포넌트.모스로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3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D램과 S램에서는 세계 1위이나 여타 분야에서는 아직 취약한 실정이다.

둘째 NEC는 판매의 50%를 자사내 수요를 포함한 내수로 충당하고 있다.

이렇게 해외시장에의 지나친 의존을 피함으로써 국제경쟁에서 국가간
변수를 상당부분 통제할 수 있고 시장의 반응을 더욱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어 신속한 제품의 보완과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자사내 수요는 시황변화에 따른 완충역할을 할 수 있고,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된다.

셋째 NEC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기술개발 능력을 축적해 왔다.

NEC의 반도체 관련 기술개발 인력은 95년 현재 전체 인력의 28.7%에
달하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17.9%에 비해 높은 수치다.

기술개발 거점도 삼성에 비해 다각화되어 있다.

삼성이 아직 거점으로 진출하지 않은 유럽과 동남아에도 각각 8개와 3개의
기술개발 거점을 두고 있다.

즉 NEC는 다양한 원천에서 기술개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반조성에
노력해 왔다고 하겠다.

넷째 NEC는 미국 유럽 동남아에 5개의 전용공장을 자국내 공장(9개)과
연결하는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춤으로써 전체 생산의 60%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이제 막 해외생산에 나선 상태다.

94년 포르투갈에 TI와의 합작공장을, 올해 중국에 조립전용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에 내년 가동예정으로 공장을 건설중이다.

이상의 비교에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시사점은 <>제품전략에서 메모리에의
지나친 편중을 벗어나야 하고 <>시장전략에서 충실한 내수기반을 쌓아
나가야 하며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특히 기술축적기반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투자액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러한 투자를 소화할
수 있는 기술인력의 저변확대, 기술개발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연구
개발 전진기지(R&D Post)의 설치 등을 전략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적정한 글로벌 생산체제를 이루어 세계경제의 블록화에 대응하고
급변하는 현지시장 수요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 생산해야 한다.

이런 방향을 따라 기업의 전략을 수립, 실행해 감으로써 삼성전자, 나아가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은 경영 위험을 분산시키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