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인근 방화시장내 2층짜리 상가건물의 지하.

퀴퀴한 냄새, 너덜거리는 문짝, 그렇지만 방음시설만은 완벽한 10여평
남짓한 이 지하실에 일군의 "KAL MAN"들이 모였다.

원! 투! 쓰리!

드럼이 부숴지고 기타가 몸을 뒤틀며 울어댄다.

현란한 신디사이저, 보컬의 절규.

"...... lonely, lonely, lonely time".

"레드 제플린"의 불후의 명곡 "Rock''n Roll"과 함께 온 몸에는 후줄근히
땀이 흘러내린다.

나를 노려보던 상사의 곱잖은 표정, 책상머리에 지겹게 쌓여가는
서류뭉치들도 함께 녹아내린다.

대한항공의 직장 그룹사운드 "에어로 스페이스".

스튜어드 정비사 간호사에서 예약 영업 인사 시설 담당직원까지, 스물셋의
햇병아리에서부터 40대의 중견간부에 이르기까지 11명의 단원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단 한가지.

마음속 깊이 간직해 왔던 음악을 향한 목마름뿐이다.

"대부분 학창시절때 악기를 다뤄봤던 경험들이 있습니다.

물론 예선탈락에 그쳤지만 강변가요제에 도전장을 내봤던 사람도 있구요.

업무시간이 끝나고 모여 신나게 연습하다 보면 이래저래 쌓였던
스트레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습니다"(스튜어드 김광철대리-기타).

그러나 직장인은 바쁘다.

주.야간 교대근무까지 있는 항공사 직원들은 더욱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이같은 열악한 조건 때문에 "에어로 스페이스"호가 비상을 하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글자 그대로 "틈나는 대로" 연습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창단 첫해인 92년 5월에 정기발표회를 가진 이래 아직 한번도
정기연주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 직장가요제인 "나래가요제"나 한진그룹의 직원장기자랑
대회 등에서 반주를 하면서 행사 틈틈이 저희들의 기량을 발휘할 때 사내
반응은 정말 대단합니다"(음악반장을 맡고 있는 이춘우 시설관리대리-드럼).

"에어로 스페이스"는 올 가을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딥 퍼플 등
50년대이후 지금까지 록음악의 변천사를 뮤직쇼형식으로 엮어보는 발표회로
재비상을 시도한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