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까"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매년 되풀이 되어온 전력수급 비상이
금년에 어느정도나 심각할까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여름만 되면 제한송전 위기니, 전력예비율 급락이니 하며 한바탕 몸살을
앓았던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아직은 본격적인 폭염이 닥치지 않아 전력수급엔 별 탈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난 2~3년간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2~3%대로 곤두박질 쳐 제한송전
직전까지 몰렸던 과거를 생각하면 마음을 놓고 있을 수 만도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지난 18일과 19일엔 최대전력수요가 3,100만kW를 넘어서며 연일
사상최대 기록을 깨 전력 당국인 통상산업부와 한전을 일찌감치 긴장
시키기도 했다.

물론 통산부와 한전은 올 여름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긴 하다.

이상고온과 일부 발전소의 고장 등이 겹치더라도 최저 7%대의 전력공급
예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우선 금년 여름엔 충분한 전력공급 여력을 확보했다는게 전력 당국의 설명
이다.

이상고온 등 비상시에는 전국의 발전소를 풀 가동해 3,512만5,000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 전망치인 3,365만2,000kW에서 자율절전요금제
확대등 각종 수요관리 묘책을 동원해 100만kW 이상의 소비를 줄이는 계획도
짜놓았다.

여기에 국내 경기하강으로 산업용 전력소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당국에
위안이 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올해 전력공급 예비율은 7.6%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지키겠다는게
통산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다.

전력수급에 관한한 워낙 변수가 많아 방심은 절대 금물이란게 전문가들의
조언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철 전기소비는 기온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등 어느정도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예년처럼 1주일 이상 찜통 더위가 계속돼 전국의 에어컨이 무절제하게
가동된다면 제갈공명도 속수무책이란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올여름엔 에어컨등 냉방기기 보급이 크게 늘어나 냉방전력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가을부터 올 여름까지 출하됐거나 곧 팔릴 에어컨
은 80~90만대에 달한다.

낡아 못쓰게 된 에어컨을 감안하더라도 올여름 총 에어컨 보급대수는
작년보다 60만대가 늘어난 435만4,000대에 이른다.

여기에 대형건물에 설치되는 중앙집중식 냉동기 보급도 꾸준히 늘고 있어
냉방기 사용에 따른 전기소비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게 뻔하다.

그래서 통산부와 한전은 올해도 여름맞이 전력수급 안전대책을 진작부터
다듬어 왔다.

우선 수요관리를 위해 전기다소비 업체에 대해선 지난 5월부터 절전교육과
홍보를 시작했고 여성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협력해 일반 가정의 절전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발전소의 고장없는 운전을 위해선 전력설비 점검을 위한 특별안전점검
대책반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 발전소 직원들에 대한 교육 훈련도 강화
했다.

지난 6월부터는 통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전 에너지관리공단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한 대책도 국민과 기업들의 "동참"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전력 당국의 호소다.

한준호통산부 자원정책실장은 "전력공급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상고온 등 비상사태 때는 전기를 아껴쓰는 수 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전력수급은 정부와 국민이 얼마나 지혜롭게 힘을 모으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