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발전사업자로 선정된 동한에너지의 발전소 부지 용도변경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보면 "무책임 행정"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국내 대기업들이 경합을 벌인 LNG(액화천연가스)복합화력 2기의
민자사업자로 한전이 동아건설과 한국중공업 컨소시엄인 동한에너지를
선정한 후 발전소 예정부지의 용도 시비가 불거져 나오면서 주무부처인
통상산업부가 보인 태도가 그렇다.

통산부는 동한에너지가 예정부지로 제시한 김포 매립지 2만7천여평이
전용농지로 묶여 있어 발전소 건설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일"이란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돼 농림수산부가 용도변경 불가 방침을
밝히자 박재윤 통산부장관은 "용도변경이 안되면 동한에너지는 한전과
전력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답변, 사업자 선정을 취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통산부관계자는 "민자발전 사업자 선정은 전적으로 한전이 평가단을
구성해 실시한 것인 만큼 동한에너지의 부지 문제도 한전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안맞는 얘기란 시각이 많다.

형식상으론 한전이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민자발전사업을 사실상
"총 지휘"해온 통산부가 나몰라라 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한에너지의 부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통산부가 사전에
몰랐을 리도 없다.

사실 김포매립지의 용도는 사업자 선정 전부터 다른 경쟁업체들이
문제 삼았던 것이다.

한전 관계자도 "사업자 선정 발표전에 통산부에 모든 사안을 보고했는데
그땐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사태가 이렇게 돼자 동한에너지측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가 사업자 선정을 취소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나섰다.

통산부와 한전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민자발전사업은 첫발부터 표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차병석 < 산업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