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도쿄를 시작으로 17일 니가타, 19일 도야마, 그리고 22일
오사카를 끝으로 일본내 투자설명회를 마쳤다.
이번 투자설명회는 북한이 지난해 북경(9월) 뉴욕(12월)과 올들어
니가타(2월)에서 개최한 설명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몇가지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김정우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가능성을 특별히 강조하며
미국기업의 투자가능성을 은근히 암시, 일본기업의 경쟁심리를 부추겼다.
설명회발표자였던 김수용 김일성종합대교수가 9월포럼 전후에 투자하는
기업을 "개척자기업"으로 인정해 토지임대료를 50% 내려주고 사용료를
10년간 면제해 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제 정책에서도 자본주의적
요소인 차별적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측은 또 구체적인 투자환경을 설명하는 가운데 자금난 인력난
경험부족 법제도불비 등 현실여건을 솔직히 털어놓고 투자를 호소했다.
이런 현실여건의 개선의지를 강조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대표단은 이번 설명회에서 무비자왕래를 실현하기 위해 북한측의
원정과 중국측의 권하간 통행로를 중국측으로부터 보장받았고 외국과
쌍무투자보호협정 및 이중과세방지협정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합영법시행규정에 들어 있고 북한무역회사를 통해야 한다는 제한을
두긴 했으나 지대내 생산품의 북한내수시장판매를 허용하겠다고
언급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같은 북한측의 변화는 투자유치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데 따른 초조감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1년 정무원결정으로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설치를 공포한지
5년이 됐지만 대북투자는 북한측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지난5월말 현재
계약 49개사업(3억5천만달러)이고 이중 이행사업은 22개(3천4백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설명회에서 나진.선봉지대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간의
교량자역할이 아니라 "자본주의시장으로 사회주의생산품이 들어가는
교량자역할"만 수행한다고 분명히 해 체제적 한계를 다시 노출했다.
게다가 북한은 투자유치의 기본요건인 인프라확충계획을 뚜렷이
제시하지 못했다.
북한은 인프라확충에 소요될 40억달러중 32억달러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관과 외국차관 등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재원조달은 미국의 대북제재해제나 대외신용회복 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북한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체제변화보다는 대미관계개선에
더욱 매달릴 전망이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