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굳을려면 비가 와야 하는 것처럼 노사화합도 진통끝에 찾아온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마북리에 위치한 한국전력기술은 옛 속담처럼
노사간 오랜 힘의 대결끝에 신뢰의 길로 접어든 회사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지난 75년 설립후 원자력 및
발전소 건설을 위한 종합설계엔지니어링을 맡아 국내 기술발전을 선도해
오고 있다.

석, 박사 등 고급연구인력을 중심으로 고도의 전문기술을 수행하는
회사로 올해 2천억원을 초과하는 매출이 예상되는등 착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기업의 특성으로 노사관계는 성장과
걸맞지 않는 행로를 걸어왔다.

지난 87년에 설립된 노조는 동종 민간업체와의 임금 및 복지격차 해소를
최대 이슈로 삼아왔다.

협상때마다 노사의 의견차는 크게 벌어졌다.

예산범위내에서 타결을 봐야하는 자유롭지 못한 경영진과 정부의 공기업
임금가이드라인 설정 등으로 노사는 해마다 평행선을 달렸다.

해마다 쟁의신고가 노동관서에 제출되는가 하면 93년엔 소규모 파업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는 곧이어 밀어닥친 대규모 파업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축적된 노사간 불신은 95년 임금협상에서 파국을 연출했다.

당초 22.9% 인상안을 요구하던 노조는 42.9%로 인상안을 수정하면서
정부가이드라인 준수를 강조하는 회사측과 정면으로 격돌했고 이후
48일간의 긴 파업에 돌입했다.

장기간의 파업이 던진 부작용과 휴유증은 컸다.

유일한 타개책인 노사간 대화통로가 끊긴데다 자신의 주장만 재확인
하는 공허한 메아리만 회사강당을 메웠다.

주요업무인 발전소 설계작업은 공기를 놓쳐 건설기간을 조정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몰렸다.

노사는 파국까지 경험하고 서야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외부로부터 독립적인 권한을 갖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져야
한다는 사실을 파업이후에야 절감한 까닭이었다.

이광영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권한을 갖는 책임경영만이 문제해결의
첩경임을 노사모두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당시 파업이 이문제를 수면위로
올려놓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공기업 책임경영을 대외에 부각시키고 원전사업 구조개편계획으로
도약의 꿈을 안게된 노사는 파업이후 업무에 매진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4개월가량 늦어진 각종 설계업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사원들의 자발적인
연장근무가 시작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노조도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파업으로 뒤쳐진 업무정상화를 호소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결과 그해말 전체적인 계획공기의 달성과 함께 1천6백억원의 매출
신장과 1백80억원의 세전이익을 실현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올해초 공기업가운데 파업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정부내 일반적인 시각을
불식시키면서 올해 임금협상을 3차만에 마무리 짓고 정부의 원전구조
개편을 기다리는 단합된 노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화채널도 확대됐다.

최근 취임한 이호림 사장은 상식이 통하는 노사관계 정립을 목표로
노조와 막힘없는 대화를 실시, 신뢰하는 노사관계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노사대화를 바탕으로한 애로사항을 파악, 사무환경 개선을 위해 용인
수지에 새 사무실을 마련하는 한편 과감한 인사를 실시해 불만사항이
되온 인사적체를 해소해 노사모두로 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급여, 복지개선을 위한 노사합동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기약하고 있다.

이사장은 "노사모두에게 실천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해 나갈것"이라고 밝힌다.

한때 질곡에 빠졌던 한국전력기술의 노사관계는 밝은 미래를 위해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 새로운 협력관계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