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완규박사(68)는 고희를 앞둔 요즘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몸담았던 서울대 명예교수로서 간접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을 맡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 국제백신연구소
유치위원장으로서 국내에 세계적인 연구소를 세우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생물산업협회장으로서는 자신의 전공분야의 산업화에도 남다른
괌심을 쏟고있다.

대학에 있을 때는 과학재단이사장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생산기술원구원이사장 등으로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었으며 서울대총장
(87~91년)과 교육부장관(92~93년)으로 교육행정에도 깊이 관여했었다.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52년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57년부터 줄곧
이 학교에서 교수로 일해온 조박사(박사학위는 69년 서울대서 취득)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 있는 한국생물산업협회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대담 =김형근 <과학정보통신 부장>

-요즘 건강은 어떻습니까.

건강유지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조원장 = 건강은 괜찮은 편입니다.

병원은 안갈 정도지요.

지난 5~6년간 계속해 아침마다 아내와 함께 관악산중턱까지 1시간
30분가량 등산을 합니다.

또 바쁜 것도 건강유지의 첩경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그다음 날로 앓아 누울겁니다.

-책은 주로 어떤 것을 읽고 하루 몇시간정도 일하십니까.

<>조원장 = 책은 차분히 볼 시간이 없습니다.

가끔 중국역사책을 보지요.

사무실이 과총과 여의도에 있어 오전 오후로 나눠 들르거나 하루씩 번갈아
들릅니다.

오전9시에 일과를 시작해 가급적 오후6시에 퇴근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생물산업 협회장도 맡고 계신데,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조원장 = 설립된지가 7년정도 됩니다.

국내 생명공학의 역사는 유전공학의 역사이며 별로 길지는 않습니다.

협회는 생명공학연구지식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단체로 50개
회원업체에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민족 과학기술자 종합학술대회가 서울서 열렸습니다.

첨단과학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문화로서의 과학"의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조원장 = 기초과학을 한 사람의 하나로 이를 육성해야한다는 말을
늘 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은 경제논리에서만 보면 발전할수 없지요.

오히려 기술에서 얻은 결과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해야지요.

물론 그렇다고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로서 과학기술을 해서는 안됩니다.

노벨상은 돈을 써서 따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를 충분히 할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창의력을 발휘토록
연구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노벨상이 나올수 있습니다.

-과학기술계의 연구풍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원장 = 몇년전 어느 기업체 연구소(항공연구)책임자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항공기술을 연구한다면 여러분야의 공학이 들어가야할 것입니다.

외국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나 선진국시스템으로는 그들과의 기술차이를 메울수 없다고 봅니다.

특별한 발상법이 필요하지요.

항공연구에 파리에 관한 연구를 겸하는게 어떻습니까.

파리에서는 소프트랜딩개념을 얻을수 있을 겁니다.

선진국이 하는대로 해서는 따라잡을수 없지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조원장 = 미국 국립학술원, 영국 왕립협회는 200~3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주로 자연과학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요.

우리나라 학술원이 이들과 같은 식의 프로그램을 했다면 한림원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한림원은 학문발전에 기여한 원로들의 예우차원 비중이 높습니다.

지난94년 11월 원로중진들을 중심으로 발족됐지요.

회원은 정회원의 임기가 5년이고 재임이 가능합니다.

70세까지지요.

종신회원은 한번 선출되면 임기에 관계없이 70세까지이며 원로회원은
70세이상입니다.

현재 원로회원 100명의 연구업적은 세계수준입니다.

외국회원은 주로 노벨상을 탄 사람을 영입하고 있습니다.

이들중 20명정도가 노벨상수상자이며 외국회원은 모두 30명정도지요.

이들은 한림원의 명성을 듣곤 즉석에서 가입을 수락할 정도입니다.

-한림원에서는 어떤일을 합니까.

<>조원장 = 최근에는 과학교육의 사각지대인 초등학교 과학교육육성방안,
체계있는 인력수급, 산업체연구소 투자육성, 과학기술행정체제등에 관한
원탁토론을 벌였습니다.

연구평가시스템에 대한 토론도 계획돼 있지요.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개선책이나 새로운 전략을 도출, 정부에
제출할 생각입니다.

-과학기술특별법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예산을 늘리고 수치를 조문에 넣자는게 핵심이지요.

그러나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잘 안되는것 같습니다.

특별법제정 방향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조원장 = 과기특별법은 선언적일 경우 의미가 없습니다.

과기진흥을 위한 법은 많지만 이것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특별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과기연구투자는 지난해 10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정부포션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0년까지 GNP대비 5%로 늘린다고 해야 별 의미가 없지요.

정부포션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정부의 투자는 다릅니다.

기업은 자기필요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는
정부몫이지요.

정부투자비중을 25%로 한다는 식으로 수치를 명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장기전략을 세울수 있을 것입니다.

-과기장관회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원장 = 부총리가 의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종과심은 총리가 의장이지요.

오히려 격하된 것 같습니다.

과기장관회의에서 과기처장관은 간사지만 과학기술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달라진게 없습니다.

과기투자 돈줄을 죄려는 명분만 찾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서울대총장을 지내셨는데 요즘 일부 대학교수들의 연구열기가 전같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과학기술발전을 선도해야할 대학의 연구풍토가 활성화되어야 할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조원장 = 대학여건은 많이 나아졌지만 외국에 비해서는 아직
멀었습니다.

교수1인당 35명을 가르치고 있어 다른 나라의 2~3배나 됩니다.

제대로 연구할 여건이 아니지요.

대학들도 모두 외국학위자를 우대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키운 제자는 경쟁력이 없다고 자인하는 셈이지요.

비극입니다.

그래서야 우리나라에서 키운 박사를 어디에 내놓을수 있겠습니까.

케임브리지 하버드 도쿄대등은 국민소득 500달러시대에도
세계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1만달러지만 내놓을 대학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을 모두 육성할수는 없지요.

몇개 대학이라도 키우는 전략으로 선도대학 육성에 나서야 합니다.

-외부에서는 어떻게 대학을 지원해야 합니까.

<>조원장 = 기업들도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기업들의 경우 회사실정에 맞게끔 공대출신들을 1년씩이나 재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차라리 여기에 드는 돈을 애초 대학에 투자하는 겁니다.

쓸 인력을 사전에 키우는 식이지요.

만들어진 인력을 쓰겠다는 것은 무립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력을 선호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수 밖에 없습니다.

과기계에는 외국대학의 총장만 지나가면 돈을 쓸어모은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외국대학에 펑펑 투자하면서 어깨에 힘만주는 우리기업들의 행태가
안타깝습니다.

여력이 있으면 우선은 국내대학에 투자해야지요.

국제백신연 99년설립 -대학강의도 나가시는지요.

<>조원장 = 과학쪽은 50살만 넘으면 강의가 어렵습니다.

인문과학은 나이가 들수록 권위가 붙지만 과학은 그렇지 않지요.

전공을 놓고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양심상 할수 없습니다.

능력있는 젊은 박사들이 많아 조금만 부추겨주면 대단한 결과가
나올수 있지요.

-또 어떤일을 맡고 계십니까.

<>조원장 = 국제백신연구소 설립을 위한 유치위원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부터 5,000평짜리 건물을 짓고 1,000만달러를 들여 연구시설을
갖추게 됩니다.

외국학자 60명을 포함해 200명이 연구소를 이끌게 되지요.

주로 어린이용 백신을 개발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 사업은 UNDP주관으로 매년 질병으로 죽어가는 1,000만명의 어린이를
살리자는데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유치한 국제백신연구소는 오는 99년부터 가동에 들어갑니다.

연간 예산은 1,400여만달러로 이중 30%는 우리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외국기부금으로 충당되지요.

외국돈으로 외국의 유명학자를 불러 연구토록 함으로써 우리의
생명공학기술이 높아지고 백신산업도 발전할수 있을 것입니다.

전직총리 4명, 전서울대총장 3명, 업계대표, 대학교수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백신연구소 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민간차원에서 백신연구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