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철제철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일관제철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18일 고로와 전기로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공식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는 이 자료에서 고로와 전기로를 통해 나온 쇳물은 제각각
특성이 있다며 자동차용 냉연강판이나 조선용 후판등 고급강재를
생산하기 위해선 고로의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전기로 업체들의 신증설로 조강류는 크게 남아돌아 재고가
쌓이는 반면 고로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고급 판재류는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일관제철소 건설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현대는 우선 고로에서 나온 쇳물이 전기로에서 생산된 쇳물보다 질이
월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고로의 경우 원료로 철광석을 사용하는데 반해 전기로는 고철을
원료로 삼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고로에서 나온 쇳물로는 고급제품을 만들 수 있으나 전기로를
통해선 이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포철이 독점하고 있는 고로 방식의 일관제철소에선
자동차용 몸체및 범버등을 만들 수 있는 냉연강판이 나오는데 비해
전기로 쇳물로는 이를 생산할 수 없다.

대신 전기로에선 H형강 철근 못등 주로 건축자재를 제조하는 조강제품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전기로를 이용한 미니밀 공장의 경우 열연강판등 판재류를 생산할
순 있으나 원료 특성상 최종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현대측 주장이다.

이로 인해 미니밀을 통해 만든 열연강판은 자동차나 선박등에 쓰이는
고급 강재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전기로나 미니밀의 경우 원료인 고철 확보가 쉽지 않고 전기값이
비싸 한국에선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기로와 미니밀 제품의 품질은 원료인 고철이 좌우하는데 양질의
고급 고철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대는 지난해 한국의 경우 국내 고철로는 전기로 수요를 못당해
7백45만t을 수입했고 오는 2000년엔 수입규모가 1천1백만t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고철의 조달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전력요금도 한국은 미국에 비해 t당 47달러나 비싸 전기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현대는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 전기로에서 나온 조강제품은 공급과잉인 반면 고로에서
생산되는 판재류는 공급부족이란 점을 들어 일관제철소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93년부터 전기로 부문의 신증설 투자를
확대해 올들어 조강제품의 공급능력이 20%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H빔과 철근의 재고가 쌓여만 가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판재류의 경우 지난 93년 국내 수요가 1천2백5만t에서 지난해
1천7백64만t으로 46%이상 늘었다.

같은기간중 생산은 1천9백88만t에서 2천2백38만t으로 12.6% 신장하는데
그쳐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인해 판재류의 수출은 감소추세이고 수입은 급증 곡선을 그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철강제품의 무역수지가 최근 악화되고 있는 것도 일관제철소 보다는
전기로 부문에 투자를 집중한 결과라는 게 현대의 논리다.

현대는 이밖에 신제철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코렉스의 경우는
향후 2010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ISCOR사와 포철이 각각 연산 30만t과
60만t규모의 코렉스로를 가동하고 있으나 이는 아직 시험단계에
불과하는다 것.

현대는 따라서 날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급 판재류의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선 현재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
건설이 긴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에대해 반론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미니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보철강과 코렉스로를 지난해
준공한 포철은 신공법의 장점을 강조한다.

한보는 작년 6월 1단계 공사를 완공해 올초부터 본격생산에 들어간
미니밀 공장에서 나오는 열연강판이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포철도 코렉스로의 경우 부단한 기술축적으로 상용화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쨌든 현대가 본격적으로 고로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의사를 밝히고 나선데 대해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