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상들의 마진을 줄여 소비자가격을 내리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병행
수입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따라 병행수입제도의 시행과정상 문제점을 파악하는 한편 보
완대책의 일환으로 수입가격표시제도를 아예 폐지하거나 표시대상 가격을
수입상의 판매관리비가 포함된 수입가격에서 이를 제외한 수입원가로 대체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17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최근 수입상품 24개 품목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유통마진이 평균 2백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1년전의 1백67%
에 비해 44%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정부가 병행수입제 실시를 통해 축소를 유도했던 수입상들의 마진은
지난해에는 69%로 전체 수입상품 유통마진 1백67%의 절반에 훨씬 못미쳤으
나 올해 조사에서는 1백15.4%에 달해 전체 유통마진 2백11%의 절반을 넘어
섰다.

수입 화장품의 경우 총마진은 2백93%로 지난해와 변함이 없었으나 수입
상 마진은 지난해 1백78%(총마진의 60.7%)에서 올해는 2백34.3%(총마진
의 80%)로 크게 높아졌다.

이밖에 커피,의류,냉장고,세탁기 등 대부분의 수입상품들도 수입상들의
마진이 도.소매상들의 마진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도.소매상들의 마진은 상대적으로 축소돼 골프채,스키용구,
오디오등 극히 일부 품목만 소매상 마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원 관계자는 병행수입제도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이같은 문제점들을
분석해 보완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수입가격표시제도에 따라 표시되는 수입가격은 수입상
의 판매관리비까지를 포함하고 있어 유통마진을 실제보다 적게 표현하기 위
해 과다계상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산품의 경우 공장도가격표시제를 폐지한 것처럼 수입상품의
경우도 수입가격표시제도를 폐지하거나 수입원가를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이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행수입제도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수입상들의 마진이 오히
려 확대된 것은 근본적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이 수입상들보다 약하기 때문이
라고 말하고 양판점과 대형할인점의 육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