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은 대통령제로 파생된 권력독점과
지역갈등을 해소하기위해서는 의원내각제로의 권력구조개편이 시급히
이뤄져야한다는 자신의 지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정권처럼 임기중 절대 안된다는 식의
독단으로 부정해서는 안된다"며 김영삼대통령 임기내 개헌을 촉구하기도했다.

그는 특히 "소위 개발주도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대타협도 의원내각제
하에서만 가능하다"며 의원내각제를 전제로 국민회의를 비롯한 정치세력과
손을 잡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총재가 주장하는 의원내각제로의 권력구조개편은 전날 국민회의
유재건부총재가 제시한 "거국내각제"와는 일정한 선을 긋는 것이다.

유부총재의 "거국내각제"가 대통령제를 전제로 정부조직 운영에 있어
헌법상의 내각제적 요소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김총재는 순수 내각제에
바탕을 둔 완전한 권력구조 개편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특히 "대통령제를 내건 정당이 많은 의석을 얻었기 때문에 15대
국회에서 의원내각제 개헌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다른 인식도 있다"
며 "거국내각제"를 주장하는 국민회의 김총재에게 간접적으로 반대의사를
전했다.

김총재는 지난해 대표연설 당시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혹독하게
비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권력구조문제를 제외하고는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경제가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굴러가도록 해야한다"며
대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의 중단과 함께 독과점을 제외한 각종규제의
철폐를 촉구했다.

또 중소기업 및 농어촌과 취약 소외계층에 대해서만은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 육성할 것을 강조했다.

경제에 대한 김총재의 이같은 입장은 국민회의와 "총론"에서는 일치하지만
"금융실명제"에 대한 언급에서 대표적으로 알 수 있듯이 "각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총재는 "저축이 감소하고 과소비가 심각한 것은 금융실명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뒤 "실명금융거래를 국세청에 통보하는 등 자유거래를 제한하는 일은
금액의 과다를 불문하고 없애야한다"고 말했다.

또 "실명전환에따른 자금출처조사를 폐지해 금융거래의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총재는 국민회의와의 야권공조를 거듭 강조하면서 "여당이 기초자치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를 강행할 경우 중대한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김총재의 발언은 오는 8월 구성될 국회 제도개선특위와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국민회의와 공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 김태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