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회원국 정부들이 최근들어 발표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그
어느때보다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99년 시행되는 화폐통합에 참여하게 되는 국가는 97년말 현재 각국의
경제성적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들이 내놓은 예산안이 하나같이 "긴축재정"을 골격으로 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공공부채 비율을 60% 이하로
끌어 내려야 화폐통합 첫차를 탈수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다.

그러나 보다 큰관심은 긴축의 메스가 여느때와는 달리 국방비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실업수당감축 연금기준강화등 사회보장비의 삭감도 추진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사회적 반발을 고려, 대부분 국방비를 도마에 올려 놓고 있는 것이다.

국방비의 경우 냉전종식의 분위기를 반영, 일부층을 제외하고는 예산삭감에
별다른 반발이 없다는 현실이 다분히 고려된 셈이다.

독일정부가 10일 각료회담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 예산안은 내년도 재정지출 규모를 4천4백2억마르크로 산정했다.

이는 금년도 예산액보다 2.5% 줄어든 규모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당초예상대로 2~2.5%에 이른다면 GDP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금년말 3.6%에서 내년말에는 화폐통합 참여조건을 충족하는 2.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게 테오 바이겔재무장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26개 부처중 18개 부처가 예산감축을 감수해야 하며 이중
국방부와 노동사회부의 몫이 가장 크다.

국방비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3.5% 삭감된 4백65억마르크로
책정됐다.

이는 노동사회 부문의 예산삭감률 2.0%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이안이 예정대로 통과되면 차세대전투 헬리콥터인 "타이거"의 구입등
군비현대화 계획의 대폭 지연이 불가피하다는게 국방부측의 주장이다.

또 프랑코.게르만협력의 상징으로 추진되는 위성 공중감시망 구축계획인
"헬리오스 2"도 연기된다.

헬무트 콜정부는 국방부와 프랑스정부의 반발을 감수하고라도 이안을
예정대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측도 실업수당 감축, 아동복지 지원축소등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국방비를 줄이자는데는 일언반구도 없다.

프랑스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알랭 쥐페정부는 내년도 재정적자 규모를 금년말 2천8백80억프랑에서 내년
에는 2천4백80억 프랑으로 감축,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하로 끌어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그 방안에는 교사및 공무원의 대폭축소등 사회복지및 공공분야의 비용절감
도 포함돼 있으나 이에 못지않게 국방비 삭감에 거는 기대도 크다.

프랑스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5월 오는 2002년까지 군병력을 30% 감축하고
핵미사일 탱크 전투기의 보유수도 대폭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군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이방안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의회의 승인을 얻어냈다.

쥐페정부는 이 계획으로 연간 60억 프랑상당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벨기에도 지난해 징병제를 아예 폐지한후 중고 첨단무기의 판매에 나섰다.

현재 4.5%에 이르는 GDP대비 재정적자폭을 3% 이내로 끌어내리는데 국방비
축소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네덜란드 스페인등도 조심스레 국방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등
화폐통합이란 변수가 국방비삭감으로 연결되는 분위기가 유럽내에 거세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