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 두 숫자가 부리는 디지털 요술-.

멀티미디어 천국을 열어 나가고 있는 핵심 인자는 다름 아닌 이 두개의
숫자다.

"0"과 "1" 두가지 숫자는 서로 절묘하게 조합돼 문자 그림 영상 등 모든
정보를 표현해 낸다.

21세기 인류를 풍요로운 정보화 사회로 인도할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우주 만물의 복잡한 이치도 간단한 디지털의 조합으로 여지없이
그 실체를 벗기우고 만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존의 모든 정보통신 수단들이 하나로
결합되고 있다.

디지털을 키워드로 하는 멀티미디어는 컴퓨터와 방송.통신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가전제품들까지 이 "융합화" 물결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C&C(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의 "통일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C&C 융합에 힘입어 발전되고 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사회는 "사이버
소사이어티(가상 사회)"라는 말로도 표현된다.

인류가 살고 있는 현실 사회가 3차원이라면 가상 사회는 통신이
창조하는 4차원의 세계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개념이다.

21세기 인류가 살아갈 공간이기도 하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먼 나라에 떨어져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필요 없이 비디오폰으로 그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는 획기적인 시간 절감과 함께 지구 반대편을 내 앞으로 끌어내는
효과를 가져 온다.

사람들은 디지털 신호를 매개로 가상 사회와 현실 사회를 넘나들면서
생활하게 되는 셈이다.

가상 사회와 현실 사회는 통신망으로 연결된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보는 나무와 빌딩, 그림과 글자는 모두 통신망에서
0과 1이라는 숫자로 바뀌어 통신망을 타고 흘러 다니면서 프린터등 출력
장치에서 원상태로 환원돼 우리의 눈 또는 귀에 나타나고 들린다.

이른바 멀티미디어의 세계다.

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휴대용 컴퓨터 한 대로 개인의 사무를 어디서든
수행할 수 있게 되고 생산은 자동화된다.

PC통신 인터넷을 이용해 기업들은 경영정보를 입수 활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간다.

개인도 컴퓨터 통신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 도서관 자료를 열람하며
은행 거래를 하게 된다.

바야흐로 인류는 "대화형 서비스"가 창출하는 "디지털 천국"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화형 서비스를 자가용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미디어 서비스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정해진 장소를
운행하는 열차"였다면 대화형 서비스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자가용"이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쇼핑이나 비즈니스는 물론 <>주식 투자 <>원격
진료 <>학교 수업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대화형 서비스는 특히 가정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대화형 오락 주문형 비디오(VOD)등이 이미 상당 부분 실용화된데
이어 원격 학습과 진료 프로그램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

케이블 TV의 전송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원격 교육은 대학 교육은 물론
각종 과외 교육도 실시할 수 있다.

기존 방송통신 대학의 강의가 라디오나 TV를 통한 일방적인 교육인
반면 멀티미디어 원격 서비스는 집에서 TV를 시청하면서 강의 도중
교수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고 교수가 특정 학생에게 지시를 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원격 학습은 한국과 같이 과외등 사교육비로
고통받는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

VOD를 이용한 비디오 수업이나 통신위성을 통한 과외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이용하면 새벽 3시에도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산업 구조와 기업 조직등 기존 비즈니스 관행에도
엄청난 지각 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이미 주요국 유명 기업의 임직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개인 사무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는 상품 출하를 비롯 <>원자재 수급 <>재고 현황 등이
모두 컴퓨터로 통제된다.

컴퓨터로 가공해 재생산된 모든 통계는 생산성 향상에 활용된다.

이들 자료 자체가 기업의 최대 부가가치원이다.

정보통신의 파생 비즈니스로 미국에서만 500만명 이상의 개인 사업자들이
탄생했다.

디지털 신호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은 "정보"라는 용어로 요약된다.

정보의 통로를 누가 먼저 장악하는가, 유통되는 정보를 누가 생산하느냐가
21세기 국가경쟁력과 기업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용태 정보산업연합회 회장은 "산업 혁명처럼 디지털 혁명은 21세기의
사회 판도를 바꿀 것"이라며 "디지털이 파생시키고 있는 정보통신 산업은
산업 혁명기의 증기 엔진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