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가 온다.

세계 전자업계가 올 하반기 부터 "20세기 전자기술의 총합체"라고 불리는
DVD를 잇달아 출시한다.

그동안 표준규격 제정문제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하던 도시바와
소니-필립스 진영이 통일규격을 만들기로 최근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업체들은 시장공략을 위해 힘찬 시동을 걸고
있는 것.

DVD가 시장에 나올 경우 전자산업계에 엄청난 태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전자기기 메이커뿐아니라 방송사 소프트웨어 제작업체등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영상관련 산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가전업체들은 앞으로 비디오 테이프를 사용하는 VTR를 DVD로
대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물론 당장 모든 소비자들이 VTR를 DVD로 바꾸진 않겠지만 "적어도
5년이내에 VTR시장의 상당량을 잠식할 것"(전자산업진흥회 이상원부회장)
임에 틀림없다.

가전업체들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VTR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DVD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존 VTR보다 훨씬 깨끗한 화면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업계도 마찬가지.

대형 영화관보다도 더 선명한 화면을 집안에서 즐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영화시장을 확대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등 전자기술을 이용한 영상조작이 많아지는 추세여서
DVD야 말로 이같은 기법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매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은 DVD에 기존 CD롬 드라이브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컴퓨터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있다.

비디오 유통업체들 역시 DVD의 이같은 장점에 힘입어 시장이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VD의 파워는 그동안 세계 전자 영화 컴퓨터 업체들이 표준규격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을 벌였던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전자 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업계는 양쪽으로 나뉘어 편싸움을
했던 것이다.

양 진영의 대표선수는 소니-필립스와 도시바.

소니-필립스는 세계 컴퓨터 업체들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았다.

반면 도시바는 영화업체들이 든든한 병풍역할을 해줬다.

이같은 편 가르기는 DVD가 앞으로 엄청난 혁명을 일으킬 것이고 여기서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컴퓨터업계쪽에서 보면 소니진영의 규격이 복잡한 정보를 넣기에
적합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소니측이 제시한 방법은 디스크를 한면만 이용하되 두개의 층으로
나누자는 것.

이는 PC에 들어갈 드라이브가 기존 CD롬 드라이브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오동작의 위험성은 높지만 하드웨어 제조과정이 지금과 비슷하고
다양한 정보를 가공해 넣을 수 있는 방식이 PC업계로서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도시바진영의 규격은 두개의 디스크를 사용해 부착하자는게
핵심이었다.

디스크를 읽기 위한 헤드를 두개나 채용해야 한다는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영화 한편을 전부 삽입해 CD처럼 재생중에 갈아 끼워야 하는
불편이 없다는게 장점이다.

또 오동작의 가능성도 크게 줄었다.

양 진영은 서로에 유리한 방식을 채용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고
실패했을 경우 안아야할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때문에 통일규격을
만들었다.

그 결과 도시바진영의 원안을 받아들이되 디지털 신호를 변조하는
원리는 소니-필립스안을 채용키로 했다.

각 업체들은 이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제품 만들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컴퓨터 업체들은 DVD의 원리를 이용한 DVD롬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DVD롬이란 PC내에서 DVD에 입력된 정보를 읽어내는 장치다.

또 가전업체들은 일반 CD가 녹음이나 녹화가 안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입력도 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물론 DVD가 전자제품 시장을 말처럼 단숨에 점령할 수 있느냐는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

CD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CD가 PC나 비디오 등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보 저장용량이나 화면의 선명도 등을 고려할 때 CD가 DVD의
도전을 물리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다만 CD가 그 시기를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