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의 물결이 교육계에도 밀려들고 있다.

컴퓨터등 정보통신 관련 교과과정이 강화되고 이 분야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교까지 잇따라 생겨나는등 교육계에 정보화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우선 정보통신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인력부족에 기인한다.

기업들이 졸업전 학생들을 "입도선매"할 만큼 정보통신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교육계가 이 분야 인력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젊은 세대들이 창의적인 성격이 강한 정보산업 직종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교육계의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정보화 흐름을 선도하는 학교로는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미림여자전산
고등학교(교장 유해덕.61)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지난 91년 국내에서 첫 정보통신 전문고등학교로 문을 열었다.

1,200여명의 전교생을 모두 여성 프로그래머로 양성하는 이 학교는 올해초
3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100% 취업률과 첨단 교육시설로 정보화시대 실업계 고교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학교는 매년 졸업생 숫자보다 더많은 인력을 기업으로부터 추천 의뢰
받는다.

이 때문에 학교측은 연봉이 최소 1,000만원이상 보장 되는 곳에만 학생들을
추천하고 있다.

취업이 잘 되는 것은 철저한 실습교육으로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한 때문
이다.

실습교육은 바로 첨단 시설이 뒷받침 해준다.

미림여전산고는 한 학년 400여명이 동시에 PC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펜티엄PC가 깔린 멀티미디어실습실까지 만들었다.

이 때문에 타학교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수시로 이 학교를 찾아온다.

시설이 좋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다.

김진원교감은 "몇년전 교생실습을 나온 모여대생들이 실습시설에 자극받아
자신들의 학교로 돌아가 데모를 해서 실습시설을 확충한 적도 있다"고 들려
줬다.

이 학교 학생들은 모두 정보통신분야의 국가기능자격증을 3~4개 정도는
따고 사회에 나간다.

과거 실업계고교생들이 타자나 부기자격증만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던
것과는 다르다.

"정보통신은 기술발전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유해덕교장은 "PC가 급속도로 고급화되면서 시설을 대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교육내용의 개선도 쉽지 않았다.

너무 자주 신기술이 쏟아져서다.

학교측은이를위해 전산교육담당 교사 18명 전원을 삼성데이타시스템의
정보기술아카데미에 연수보내고 있다.

미림여자전산고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이를 모델로 한 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수원의 한일여자전산고등학교와 마산전산여자고등학교등이 그것.

그러나 미림여전산고의 고민도 없진 않다.

대졸자가 우선시되는 우리사회의 학력중시 풍토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단순한 학력보다 정보마인드와 정보처리
실력이 우수한 인재가 더 대접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