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힘들지만 노사협상이 한건씩 타결될 때마다 가슴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노동부 노사조정과의 최진해 상황실장(51)은 요즘 전국 산업현장의
노사분규실태를 분석하고 교섭동향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상황실은 정부내 노사관련 정보수집의 전진초소.

전국 각 지방노동사무소에서 올라오는 동향보고를 간추려 산업현장에
흐르는 분위기를 감지, 정책부서에 종합적인 정책적 안목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부산북부지방노동사무소에서 노동부 상황실장으로 전보발령을
받은 최실장은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지만 지난 20년간의 현장경험을
살려 향후협력적 노사관행의 정착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하루일과는 상황실이라는 문자 그대로 항상 "비상상태"로
이어진다.

최근 공공부문노조를 비롯해 주요 민간사업장의 교섭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경우가 빈발함에 따라 밤을 꼬박 새우기가 일쑤.

요즘 눈이 침침해 돋보기를 낀다는 최실장은 "그동안 지방노동청에
근무할때는 해당지역 울타리에 갖춰 넓게 보는 시야가 부족했다"라면서
"몇달동안의 짧은 시기이지만 하루빨리 대립적 노사관계가 청산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밤샘을 하지않는 날도 오전 5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한다.

출근하자마자 간밤에 벌어진 전국의 상황을 분석및 정리한 뒤 각
지방노동사무소로부터 새로운 동향을 보고받는 한편 적극적인 교섭지도를
권고한다.

매일아침 노동부 각과 및 주요기관에 보내지는 일일동향보고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지난 3월부터 정부부처에 실시되고있는 토요격주휴무제도 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가족을 부산에 두고 과천청사주변에서 혼자 기거하고있는 최실장은
"가족들이 건강을 많이 걱정하고 있지만 공무원으로서 이처럼 중요한
일을 맡아 일하는 즐거움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노사관계의 전망에 대해 "전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결국 안정적인 관계로 나아가지 않겠느냐"면서 "어느누구도
국가경쟁과 근로자 삶의 질향상을 위한 협력적 노사관계로의 대세를
거스를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최실장은 지난 77년 노동부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해 그동안 울산
지방노동사무소 직업안정과정 산업안전과장, 마산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과장, 영주지방노동사무소장, 부산북부 근로감독과장 등을 거친
현장노동행정의 베테랑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