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려는 몸짓인지 단순히 뒤척이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격으로 온 국민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부동산투기"라는 공룡 때문이다.
지난 91년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집값이 올해에는 5월말 현재
지난해말에 비해 0.7% 올랐다.
토지거래 건수도 21.4%나 늘어난 54만4,556건에 달했으며 땅값도 지난해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해 올1.4분기에만 0.22%가 올랐다.
특히 상습적인 투기대상인 농지와 임야, 그리고 개발제한구역안 부동산
거래가 지난해보다 40~50%이상 증가한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건설교통부 재정경제원 내무부 국세청 등 16개
관계부처들이 모여 "제3차 정부합동 부동산 대책회의"를 열고 투기우려
지역에 단속반을 투입키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서둘러 부동산투기 단속에 나선 배경은 부동산 거래증가및
가격상승 뿐만아니라 경제여건상 부동산투기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각종 개발정책및 규제완화가 투기심리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관광산업 진흥, 폐광지역 개발 등의 목적으로 각종
규제완화가 검토되고 있으며 강원 경남북 전남북 등에 개발촉진지구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 시중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설비투자가
냉각돼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는 점도 부동산투기를 자극할 만한 요인이다.
이밖에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비롯한 물가불안 및 수익성만 노린 지방자치
단체의 개발위주 정책도 문제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미분양 아파트가 적지 않은데 벌써부터 부동산투기를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과민 반응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일단 부동산투기라는 공룡이 깨어난 뒤에는 투기 열풍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투기단속 의지를 서둘러 밝힌 것은 백번 잘한 일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아파트건설 물량목표를 달성하고 보자는 관계 공무원의
안일한 발상및 입지 교통 가격 등에서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분양을 강행한
주먹구구식 경영탓이지 부동산투기가 완전히 죽었다는 증거는 못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투기단속 위주의 행정이 근본 대책은 못되며 각종
규제로 공장건설을 위한 실수요자의 토지매입마저 어렵다는 불평도 전혀
근거없는 소리는 아니다.
규제완화와 투기단속이라는 양날 위에서 부동산정책이 숨박꼭질을 하는
느낌이다.
해답은 일관된 정책으로 투기를 예방하는 것 뿐이다.
지역개발 사업은 지역주민과 국가경제에 얼마나 유익한지를 엄격히 따져
계획돼야 하며 졸속 추진은 금물이다.
과표현실화와 비과세대상 축소도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건 지자체건 인기위주의 개발사업에 급급하고 과표현실화도
선거공약에 그친 채 유야무야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렇듯 평소에는 대비를 게을리하다가 다급해지면 단속한다고 법석을 떠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정책의지마저 의심받게 마련이다.
부동산투기를 잠재우는 지름길은 정책의 일관성및 신뢰 회복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