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을 이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해 봤을
프로그램은 ''이야기''이다.

지난 80년대말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불과 5년여만에
국내 컴퓨터통신 프로그램시장을 석권했다.

황태욱사장 등 당시 대학생들은 ''큰사람''이라는 어엿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주인이 됐다.

소수의 마니아들이 사용하던 프로그램이 전국적인 범용 프로그램으로
상용화된 것이다.

장사를 전혀 모르던 대학생들이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주역으로 변신한
배경엔 ''셰어웨어''(Shareware)라는 독특한 판매방식이 있었다.

셰어웨어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용할수 있지만 제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제품 자체를 고치는 행위는 허락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그러나 셰어웨어의 진정한 의미는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니
필요한 사람은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면 정품을 구매해 달라''는
판촉메시지를 담고 있다는데 있다.

실수요자에게 미끼를 던지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일단 써보고 말씀하자니까요''라는 트라이얼(Trial) 마케팅의 전형적인
사례다.

셰어웨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설치하고 나서 몇 일간 또는 몇 회이상
사용하면 자동적으로 기능이 정지되는 타임록(Time Lock) 장치가 달려
있는게 보통이다.

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관성적으로 그 제품을
사용한다는 소비자의 행동을 간파한 것이다.

셰어웨어는 머리는 있지만 유통망이 취약한 벤처업체들에 끊임없는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이야기''를 비롯, 컴퓨터관리 프로그램인 ''MDIR'' 등이 대표적으로 이를
통해 성공한 사례다.

PC통신상에는 미래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컴퓨터마니아들이 하루에도
3~4개씩의 셰어웨어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있다.

제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일부 후발업체들은 제품이 불법복제에 유통되는
것을 눈감아 주기도 한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제품을 상용화할 경우 이들이 잠재적인 구매자가
되기 때문이다.

한글과 컴퓨터의 김정수대리는 "미국에서는 셰어웨어로 개발되어 성공하는
프로그램도 많지만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가 심한 국내에서는 효과가
미지수"라면서도 "국내에서도 셰어웨어가 무시못할 분량으로 쏟아지고 있다"
고 말했다.

대우전자가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냉장고 후불제도도 트라이얼
마케팅의 한 예다.

''입체냉장고 탱크II'' 제품중 480l 이상의 모델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10일동안 제품을 먼저 사용해보고 만족하면 정식으로 대금을 받는 제도다.

대우전자는 후불제의 도입이후 한달간 냉장고 판매량이 전년동기보다
50%나 늘어났다.

이 회사는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고 판단, 이달 중순까지 후불제의 실시를
연장했다.

또 세탁기 등 다른 품목으로 이를 확대해 후불제를 독특한 판매방식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대우전자 정제현대리는 "하자가 있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반품을
요구할수 있는 리콜(Recall)제가 도입되면 후불제든 선불제든 큰 차이가
없어진다"며 "제품의 기술력도 과시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는 의미에서
후불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의 ''테스트 드라이버제''를 비롯, 아남전자 LG전자 데이콤
신도리코 아이윌 하이쇼핑 등 제조업체에서 전문유통업체까지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고객평가단도 트라이얼 마케팅의 일부분이라 할수 있다.

잠재적인 고객 개발은 물론 소비자의견이 취합, 나아가 이들을 통해 제품의
소문을 구전마케팅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뜻이다.

태평양 LG화학 한국화장품 등 화장품업계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견본품
(샘플)을 돌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피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 달라는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재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샘플을 모으는게 유행이 되기도 했다.

LG애드 이강원부장은 "트라이얼 판매의 기본은 재구매로 연결시키는
것이지만 최근엔 이만큼 기술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광고효과로도
자주 애용되고 있다"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