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쯤 용산전자상가에서 어학전용 카세트를 구입했다.

용산전자상가는 매장마다 같은 물건이라도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내가 구입한 곳(용산 소니대리점)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용산전자상가의 물건들이 정상적인 유통경로로 들어오는 것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질 좋은 제품을 염가에 살 수 있다는 장점
으로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일부 매장의 젊은 직원들 몇몇은 어느정도의 상도덕도 모르는
"바가지상혼"을 가지고 손님을 대하는 것같다.

AIWA카세트(모델명PX-550)를 2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구입할 당시 약간 비싸다는 느낌에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았는데 다음날
다른 매장에 가서 가격을 물어본 후 너무나 분한 마음이 들었다.

한 매장에서는 9만원에 팔고 있었고 비싸게 부르는 곳이라야 11만원내외
였으므로 결국 자그마치 11만원이나 더 돈을 주고 구입한 셈이 됐다.

더욱 실색하게 만든 것은 구입당시 "이왕 싸게 준 것이니 잘 해주겠다"며
CD플레이어도 살 것을 계속 종용했던 점이다.

다음날 가격을 물어보았던 매장의 주인은 솔직하게 납품받은 가격을
가르쳐 주곤 바가지를 썼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는 요즘 용산전자상가 매장에서 일하는 일부 젊은 사람들이 가격을
부당하게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다른 상인들과 마찰을 빚으며 소비자
피해도 빈번이 발생해 자체 정화기구 비슷한 것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도
해 주었다.

상품을 살 때 여기저기서 물어보고 그중 가격조건 등이 가장 나은 곳에서
사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행태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엄청난 바가지를 씌운다면 어디 믿고 살 수가 있겠는가.

"불에 덴 아이는 불을 무서워한다"는 속담이 있다.

앞으로 용산전자상가엔 얼씬도 하고 싶지 않지만 설사 간다해도 나의 의식
속엔 "순진한 소비자"에게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곳으로 생각되어
극도로 신중을 기하게 될뿐만 아니라 내 주위사람들이 용산전자상가에
간다면 늘 "바가지를 조심하라"고 경고할 것이다.

"바가지요금이 판치는 용산전자상가"-

그렇게 말한다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당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양질의 전자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용산전자
상가가 "바가지 상혼"으로 사람들을 기만하는 몇몇 양심없는 사람들에 의해
상행위가 문란한 곳으로 낙인 찍히지 않았으면 한다.

홍종욱 <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