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기는 올 상반기중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렸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려 신조선 수주가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그쳤다.

그에 따라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량도 감소했다.

게다가 하반기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장기 불황국면으로 들어선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조선업계는 연초만 해도 그렇게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둘러싼 수주전에서 일본에 고배를 마시면서도
일시적 현상으로 간과했다.

3월말 실적을 의식한 일업체들의 출혈 저가공세 때문이지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그러나 1.4분기가 지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구조적 불황으로 이어질 수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 한 것이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체들의 상반기 신조선 수주는 1백89만8천8백81GT(49척)
로 지난해보다 무려 40.8%나 감소했다.

일본의 1.4분기 수주물량(2백59만GT)보다도 훨씬 적다.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 잔량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조선 업계의 수주 잔량은 총 2백70척
1천1백90만8천9백13GT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1천3백41만5천4백82GT보다
1백50만6천5백69GT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들어서도 수주가 계속 부진하게되면 내년초께는 일감 부족으로
피치 못할 작업 중지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조선 업계는 이런 영업 부진의 최대원인을 환율과 해운 경기에서 찾고
있다.

"연초에는 엔저가 문제였고 상반기 후반에는 기대와는 달리 해운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발주 물량이 줄었다"(최연호조선공업협회부장)는
설명이다.

업체들도 비슷하게 분석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 대우 삼성 한진 등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그나마 최근의 원화약세를
활용해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펴고 있지만 일본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치않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수있을지는 미지수다.

엔화값도 계속 큰폭으로 떨어져 한국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여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솔직히 하반기는 불투명하다.

7, 8월은 비수기이고 9월부터 연말까지 대량 발주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유조선 등 해운 경기가 좋지 않아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등으로 우리의 가격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있는 반면 일본 업체들은 설비및 인력구조의 합리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회복한 상태"라며 "국내 업체들도 이제는 중국등 인건비가
싼 지역에 중간재 공장을 건설하는등 원가구조를 개선하지않으면 장기
불황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