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류업체들의 해외브랜드 도입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대로 된 외국 브랜드 하나만 잡으면 단단히 한 몫 볼수 있다"는 생각에
너나할것없이 해외브랜드 도입에 나서고 있다는 것.

현재 라이센스 또는 직수입형태로 도입된 외국브랜드는 줄잡아 5백20여개
(의류산업협회 추정치).

올들어서만도 30개이상이 새로 선을 보였다.

이처럼 해외브랜드 도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내 의류업체들이
다브랜드화 전략의 일환으로 외국브랜드에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
유통시장 개방에 맞춰 외국업체들도 제휴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한브랜드 수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신원(예거 보스) 나산(보뜨르농) 이랜드(뉴망
맥거리그)등 내셔널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업체들까지 외국브랜드
도입에 가담하고 있을 정도다.

의류업체들이 비싼 로열티(브랜드사용료)에도 불구하고 외국브래드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외제선호가 여전해 장사가 된다는 것.

또 최근 들어 국내 인건비및 엔저 등으로 인한 수출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에따라 업체들이 국내시장의 판매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외국브랜드
도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개방이 전면 자유화된 상황에서 어차피 외국업체들이 들어오기
마련인데 이왕이면 우리회사가 제휴선을 마련, 선진업체들의 노하우를
익혀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이들 업체의 주장이다.

물론 해외브랜드가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줄 수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의류업체들이 자체브랜드 개발보다는 유명브랜드
도입을 통한 장사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의류업계가 해외 유명브랜드의 하청업체나 대리점으로 전락해버릴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브랜드가 고가품에 치중됐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외국브랜드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의식을 가진 일부 소비자층의 심리를
이용, 턱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미국 등 30개국의 소비자단체들이 리바이스 청바지 501모델의
국제가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청바지 가격이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내 판매가격은 9만3천원으로 미국의 3만1천원보다 3배에 달했다.

시민의 모임은 "수입자유화가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보다는
독점수입업체에 마진을 보장하고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가격이 이처럼 현지보다 비싸게 되는데는 운송비 관세등 여러요인이
있게지만 그중에서도 로열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업계가 지불하는 라이센스 브랜드의 로열티는 보통 판매가의
3~5%이다.

심지어 많을 때는 10%까지도 지불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대한 광고비 지출로 인한 옷값상승도 무시할 수없다.

해외유명브랜드를 끌어들이려는 국내업체들간 과당경쟁의 결과다.

실례로 미국 돈나카렌사의 "DKNY"브랜드의 경우 신원 삼성물산 롯데백화점
신원등 16개업체가 달려들었었다.

상호문제등으로 손을 떼긴 했지만 신원은 경영지도비 명목으로 순매출의
2%를 지불하겠다고 제시했었다.

해외브랜드를 도입하는 데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고 업계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업체들은 3~5년의 계약기간동안 국내업계를 이용,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브랜드이미지를 확고히 심어준 뒤 계약이 완료됨과 동시에 직접
진출하는 계기로 삼는다.

즉 국내업체와의 라이센스계약을 직진출의 테스트마케팅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한주통상에서 라이센스로 도입하다 지난 94년 직진출한 리바이스코리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직진출로 전환하면 자연히 로열티가 사라지는 만큼 옷값이 내려야
되는데도 오히려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해외브랜드 도입으로 자칫하면 국내시장이
해외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며 "국내업체들간의 과당경쟁을
자제하는 한편 고유브랜드 개발및 세계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장진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