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을 큰 별이라 말하고 있는"

이 시대는 큰 별이 없다고 질타하면서 데뷔 앨범의 운을 뗀 신예
록음악가 윤도현은 한마디로 한국 대중음악계라는 정글 속의 황색 타잔과
같은 존재이다.

백만장 놀음이 판치는 음반 시장의 현황을 감안할 때 3만장도 채
넘지 못한 데뷔 앨범의 판매고는 명백한 실패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진가는 놀랍게도 데뷔 1주년도 되기 전에 네차례나
가진 정규 라이브 콘서트에서 보인 땀의 열기 속에 녹아 있다.

동시에 그는 이 과정 중에서 "가수 윤도현"이 아니라 "윤도현 밴드"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의 무대는 저 80년대의 들국화나 김현식의 것처럼 웅혼한 카리스마도
없고 당대 정상의 록 밴드 넥스트의 그것처럼 화려한 기교와 문제제기도
없다.

그대신 그의 작은 무대를 가득채우는 것은 작고 소박한 "낙오자"의
열기이다.

그의 노래에 녹아 흐르는 그 변방성이야말로 그가 한국 대중음악의
한 파수꾼이 될 것임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타잔"의 건강한 회고, "나의 작은 기억"의 때묻지 않은 힘, 공연
때면 마지막을 장식하는 "우리들 함께 여기에"의 더불어 삶에 대한
믿음-그리고 그는 이 미덕으로 그치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영화"정글 스토리"를 위해 만든 "바다"에서 보여
주었다.

우리가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왜곡된 대중음악의 진실을 다시
찾고자 하는 것 바로 그 자체이다.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