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가수 윤도현(25)은 도시의 "타잔"으로 통한다.

막힘없는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자유와 인간애를 갈구하는 그의 모습이
정글의 모든 맹수들을 발아래 호령하는 타잔의 모습을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야생성을 천성적으로 내부에 간직하고 있어서일까.

무대를 떠나선 순진무구한 시골소년을 연상시키는 선한 눈매에 꾸밈없고
소탈한 성격의 그이지만 일단 무대에 오르면 전혀 딴 사람이 된다.

그가 유독 많은 음악장르중 록만을 고집하는 것도 록음악이 갖는 원시적
매력때문이다.

"격렬한 사운드에 록음악만이 갖는 자유스러움과 직진성이 제게
꼭 맞아요.

어떤 음악보다 성격적으로 잘 어울리고 감정을 실어 노래하기도
편안해요"

그는 다른 욕심은 없어도 노래욕심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만큼
애착을 보인다.

자신의 노래가 맘에 들지 않으면 잠을 한숨도 못 이룰 정도다.

그래선지 스스로 매긴 자신의 노래 점수도 100점 만점에 고작 50점.

겸손의 말처럼 그냥 해 보는 소리가 아니란 건 그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다.

"주위에서 참 노래잘한다고 해 주실때 내심 기분은 좋지만 제 스스로
봤을때는 아직 멀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음에서나 저음에서나 목소리가 변함없이 똑같은
"통소리"를 내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 역부족인지 제대로 소화해내지를 못하고 있죠.

궁극적으로 세계 어느무대에 서도 손색없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원래 그는 어릴적 꿈은 광활한 하늘을 가르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의 이런 꿈이 록가수로 바뀐 것은 중학교때.

고등학교에 다니며 교내 록그룹의 한 멤버였던 옆집 친구의 형을
만나면서 마음을 바꾸었다.

여자처럼 뒷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기타 하나 달랑메고 노래를
부르던 그 형의 모습이 그렇게 멋있게 보일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도 저 형처럼 멋있는 가수가 될 거야"라는 마음을 먹었고
그 결심은 결국 현실로 이루어졌다.

"우주비행사나 록가수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을 한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공통점이 있다"고 그는 아직 생각한다.

가수가 될 소질은 이미 어릴때부터 보였다.

그가 중학교 2학년때 일.

수학여행때 반 노래대표로 나선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트로트곡
"불효자는 웁니다"를 구성지게 불러 제쳤다.

노래가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당시 담임선생님은
그에게 다가와 "도현아.그러니까 부모님께 효도해"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고등학교(문산고)2학년때 "단두대"라는 이름의 밴드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재수를 하면서 그는 밤무대에서 통기타도 쳤는데 우연히 "이등병의
편지"를 작곡한 김현성씨의 눈에 띄면서 노래모임 "종이연"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서 실력을 다진 그는 마침내 지난해 8월 라이브소극장에서 첫
록콘서트를 열고 록세계에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저항의 음악"으로 통하는 록을 고집하는 윤도현.

지금도 강원도 태백등지의 탄광촌을 돌며 라이브공연을 펼치는 그는
록가수라면 적어도 이시대에 대한 저항정신은 필수라고 얘기한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먼저 사회를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저항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밝고 희망적인 가사속에 궁극적으론 인간성회복을 지향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김재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