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택 < 보감원 손보분쟁조정국 책임조정역 >

김모씨는 어느날 운전중 반대편 차선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온 승용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안전벨트를 맨 상태여서 자신은 가벼운 부상을 당했지만 차는 크게
파손됐다.

다행히 가해차량이 보험에 들어있어 인근 정비공장에 맡겨 수리를
의뢰했다.

문제는 그 이후 일어났다.

가해차량 보험사측에서 예상수리비가 차량 시중 매매가격을 넘기 때문에
초과분은 지급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예상수리비는 520만원인데 반해 김씨 소유의 차량은 시중에 팔아봤자
400만원에 불과해 400만원만 지급하겠다는 게 보험사측의 주장이었다.

김씨로선 억울한 게 차량 보험가입금액이 500만원인데다 그동안
차량관리를 잘 해왔는데 왜 지급액이 400만원이냐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손해보험분쟁을 조정해 달라며 보험감독원에 이의를
신청했다.

김씨 경우처럼 자동차보험 대물배상과 차량손해의 보상기준이 달라
소비자와 보험사간에 발생하는 분쟁은 의외로 많다.

또 피보험자나 피해자 입장에선 보험사의 보상기준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보험감독원은 "자기차량손해의 손해액
산정기준을 적용해 보상해 달라는 김씨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결정했다.

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이처럼 결정한 근거는 이렇다.

보험사가 산정하는 대물배상은 사고직전 피해물의 가액상당액과 이를
교환하는데 소요되는 필요타당한 비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자기차량손해는 보험개발원에서 정한 차량기준가액표에 의해
손해액을 결정하도록 보험약관에 명시돼 있다.

문제는 차량기준가액표상의 가액과 차량의 실제 거래가격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인데 보통의 경우 차량기준가액보다 싯가가 낮기 때문에 보험료는
많이 받고 보상은 적게 해 준다고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자기차량손해는 계약자와보험회사간에 차량기준가액에 따른 보험료를
납부하고 계약을 맺으면 사고당시의 차량기준가액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시중 매매가격으로 차량보험을 가입하면 사고당시의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따라서 김씨의 경우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 차량손해보험금을 청구하면
물론 사고당시의 차량기준가액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로 청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의 예처럼 가해차량 보험사에 청구하면 수리비뿐만 아니라 사고로 인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 따른 대차료와 동종의 다른 차량 구입시 드는
비용까지 보상받을수 있어 결국은 자기차량손해 보상을 받는 경우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