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는 유교를 국교로 삼았기 때문에 대의명분과 예의범절을
중시했다.

특히 인륜대사의 하나인 복상문제는 당쟁과 뒤얽혀 정권담당자가
실각하는 사태 마저 빚었었다.

소위 현종때의 두차례 예송이다.

1659년 효종이 세상을 떠나자 계모인 자의대비의 복제에 송시열 등
서인은 기년 즉 1년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윤선도등 남인은 3년 복상을
주장했으나 결국 서인이 승리해 조대비는 1년 복상을 했다.

또 1674년 효종비인 인선왕후가 별세하자 자의대비의 복제문제가
또 재연되어서 인측은 대공설 즉 9개월의 복상이 마땅하다 주장 했고
남인측은 기년설을 주장해 기년설이 채납됨에 따라 서인은 실각하고
남인이 득세했다.

8일은 전 북한주석 김일성이 사망한지만 2년이 된다.

우리 고려의 관습인 3년상을 치룬다면 탈상하는 날이 된다.

평양 사회과학출판사가 발행한 "조선말대사전"에 의하면 1주기를
소상 (첫돐제사)이라 하고 2주기를 대상이라하는 것은 우리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금년들어 3년상의 계산을 만 3년이라고 주장해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선 갓 태어난 아이를 한살로 친다.

또 3일장이라고 할때 사실은 사람이 죽은지 만 이틀이 되는 날을
일컫는다.

3년상 역시 사람이 죽은지 만 2년이 되는 날에 마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예부터 지켜온 계산법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김일성의 탈상을 내년 7월초이라고 우기는 것은
김정일이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1년 더 늦추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되었다.

북한은 김일성 사망후 국가원수가 없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이같은 북한통치기구의 기형적 현상은 동남아 어느국가에 제출한
북한대사 신임장이 죽은 김일성 명의였다는 상상못할 사태마저 빚었었다
한다.

외신에 의하면 북한은 김일성의 복상기간을 내년 7월까지 연장하고
김정일의 국가주석및 노동당총비서 취임일도 내년 7월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보도에 의하면 "김일성에 대한 북한 인민의 애도심이 강해 복상기간을
3년으로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한다.

핑계야 어떻든간에 북한 주민중 아사자가 속출하고 귀순자가 연잇는
상황속에 김정일이 선듯 추대될 상황은 아닌것 같다.

북한 당국은 죽은 사람의 복상기간 문제 보다도 죽어가는 주민들을
살려내는 정책이 한층 더 급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