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NII(국가정보하부구조. 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계획을 시작으로 21세기 멀티미디어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세계각국의
초고속 정보통신망구축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이해욱한국통신이사장(57)이 현재 진행중인 정보통신망
구축 사업과 앞으로 다가올 멀티미디어사회의 실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
"멀티미디어 시대를 해부한다"(한국경제신문사간)를 출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컴퓨터와 통신 방송 출판등 다양한 미디어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멀티미디어사회와 이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보통신망 구축등 각종 첨단산업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치열한 정보전쟁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94년9월부터 경희대산업정보대학원에 출강하면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정보고속도로란 과연 무엇이며,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정리해봤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에 대한 현재까지의 논의가 주로 정부나 기업, 연구소등
공급자의 입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 이 책에서는 정보고속도로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려 했습니다" 멀티미디어란 무엇인가,
정보통신혁명의 전개과정과 멀티미디어, 선진국및 우리나라가 추진중인
초고속정보통신망등 총12장으로 구성된 이책은 "쉽게 접근하되 내용의
깊이를 함께 담아내려 애썼다"는 저자의 말대로 현재 거론되는 정보통신의
모든 분야를 총제적으로 다룬 개론서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멀티미디어사회에 대한 기존의 화려한 전망뿐만 아니라 그
과제와 문제점도 함께 다룬 점이 돋보인다.

"지금까지는 주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가만
강조돼왔지만 실은 그 응용기술인 소프트웨어분야도 간과되면 곤란합니다.

우리의 경우 하드웨어부문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는
수준입니다만 그 그릇에 담을 내용물인 소프트웨어는 한참이나 뒤처져
있습니다"

이사장은 또 초고속정보통신망의 성패는 결국 이용자의 사회문화적
의식수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여건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생산자 지향적인 고도 정보통신기술이 성공하려면 앞으로 거기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 지향의 기술추구가
중요하다고.

그리고 앨 고어부통령이 직접 컴퓨터서버에 등장해 곧바로 시민들과
대화하고, 연방정부의 정책담당자가 중요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적극
공개하는 미국의 경우와 사뭇 다른 우리의 정보통신문화도 하루빨리
성숙시켜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서울대상대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이이사장은 체신부통신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체신부 차관과 한국통신 사장을 역임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