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도 사주팔자가 있다면 정일선 인피니트 사장(46)은 상품의 운명을
좌우하는 도인이다.

조선맥주의 "하이트"나 "풀무원"의 기업 이미지 등 수많은 히트작들이
그의 작품이다.

옛날의 작명가가 주역과 "감"을 가지고 이름을 지었다면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디자인 실력과 과학적인 마케팅 노하우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인피니트는 지난 88년 국내 최초의 브랜드네이밍회사로
출범했다.

"당시만해도 브랜드나 기업 이미지에 대한 관심은 학문적인 것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전문 작명업체란 것은 없었고 작업의 대부분이 소규모 스튜디오
에서 이뤄졌습니다"

디자인으로 학위를 받고 세계적 작명회사인 랜도 어소시에이츠사에 입사
하면서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된 정사장은 92년부터 아예 귀국했다.

인피니트의 대표로 취임하면서 그는 담당 AE제도를 도입해 업무의 과학화에
먼저 손댔다.

"무심코 지은 이름이 히트하는 수도 많습니다. 소가 뒷걸음질하다 쥐를
잡는 경우지만 위험도 많지요"

정사장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이미지이며 그것을 결정
짓는 첫인상이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좋은 브랜드는 일단 튀어야 합니다. 그것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는다면 장수상품이 나올 수 있지요. 기업이 지향하는 이미지를 해치지
않고 어떻게 소비자를 공략해 가는가를 항상 연구하고 있습니다"라는게 그의
브랜드 좌우명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