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몸과 마음 모두 강해야하죠. 밤낮을 가리지 않는 위급상황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풀수가 없고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돌보려면 봉사
정신을 넘어서 일종의 사명감이 필요해요"

서울 삼성의료원 신경외과 수간호사 김미영씨(32)는 경력 9년의 베테랑이다.

87년 대학졸업과 함께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다가 93년10월부터
삼성의료원에 재직중이다.

환자를 대할때 가장 힘든 점은 모든사람이 자신 또는 자기가족이 가장
위급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옆자리 중환자에게 전체의료진이 매달려 있을때 "우리 아이가 배
아프다는데 왜 빨리 안봐 주냐"며 화내는 어머니를 종종 봐요. 그분들이
서운한 마음에 간호사들이 매정하다고 생각할때 무척 안타깝죠"

이제는 웬만해서 놀라지 않지만 초기에는 "내가 중요한 징후를 놓쳐서
저 환자가 잘못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늘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일시적 쇼크로 맥박이 빨라진 아기 때문에 원내방송을 하고 팀을 불러
모았던 일은 지금도 돌이켜보면 낯뜨거워지는 경험.

"신경외과는 디스크로 거동이 어려운 분과 뇌종양 뇌출혈로 무의식상태에
빠진 중환자가 많아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곳의 하나입니다. 특히 마음이
불편했던 곳은 소아과예요. 말못하는 어린이들이 울때, 그리고 죽음을 앞둔
어린 환자를 볼때는 정말 하느님이 원망스럽더군요"

수간호사가 되면서 야근을 포함한 3교대근무는 벗어났지만 분주하기는
마찬가지.

매일 아침7시에 출근하면 밤당번으로부터 환자상태를 전해듣고 행정업무를
처리한뒤 1차회진을 한다.

오후에는 분리수거에서부터 퇴원절차간소화에 이르는 각종문제로 회의하고
또다시 회진.

일과가 끝나는 것은 오후4시께.

김씨는 간호사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갈수록 많아져 힘도 들지만 몇개
병원에서 이사직에까지 오르는등 간호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 전망은
밝다고 전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