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2일 공동보조를 취하며 노동계의 요구에 강경대응키로
한 것은 노사문제로 인한 국내 산업경쟁력 저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또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의 청와대 1차보고를
앞두고 경영계의 입장을 분명하게 반영시키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의미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남홍 경총부회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시점에서 노동계가 예년과 다른 강도로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며
"경영계가 힘의 논리에 밀려 이런 요구들을 들어줄 경우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그래서 사용자들이 노동계의 힘의 논리에 밀리고 있는
현실을 경영계 공동대응이라는 "맞불작전"으로 타개해보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경영계가 경쟁력약화와 관련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사안은
근로시간단축과 무노무임원칙파기 문제.

근로시간단축의 경우는 곧바로 임금인상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뜩이나
경쟁국에 비해 고임금인 현실에서 들어줄 수 없는 요구라는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근로시간단축요구에 대해 임금인상율이 매년 생산성
증가율을 상회하는 현실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논리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파업기간중 임금지급의 경우도 파업으로인한 매출손실에다 일시금을
지급할 경우 기업의 과도한 비용부담을 초래한다는게 경영계의 계산이다.

경총은 이에 따라 현재 관행화돼있는 생산장려금의 경우도 파업직후에
지급될 경우 "무노무임 원칙의 파기"로 오해될 수 있다며 이를 자제해
줄 것으로 전국 사업장에 요청할 방침이다.

특히 무노무임의 원칙은 근로계약의 본질로서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기로 했다.

직접적인 비용부담이 없는 해고자복직과 노조작업중지권에 대해서도
노노분쟁이나 노사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각 사업장에서 분명한
입장을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는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해고자복직의 경우는 법원에서 해결될 문제이지 개별 사업장 노사의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민간기업에서 해고자복직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을 원천봉쇄키로 했다.

또 노조작업중지권의 경우는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사용자의 권리이자 의무인 만큼 이를 따로 노조의 권리로 인정하는
것을 불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다만 기아자동차의 경우처럼 개별 근로자의 긴급대피권을 규정한
작업중지권은 인정해주기로 했다.

대우조선처럼 노조가 작업중지권을 갖게 된 사업장에는 차후
단체협상에서 이 조항을 삭제할 것으로 요청키로 했다.

경영계가 이처럼 노동계의 힘의 논리에 맞대응키로 한 것은 우선적으로
경쟁력약화를 막아보겠다는 의지이지만 한편으론 이날 논의된 결과를
정부가 아닌 노개위에 강력히 건의키로 한 것도 이런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은 "정부의 노사관계개혁이 시기를 잘 못 선택해
올들어 노사관계가 이처럼 악화됐다"며 노사관계개혁이 사용자측을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날 회의는 그래서 노사관계개혁 방향에 대한 경영계의 압박용으로도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어쨋든 하절기로 접어들면서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는 국내 노사관계는
경영계의 강경대응 방침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경총이 이날 일부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강경대응의 강수를 둔 것은 걷잡을 수 없이 이어지고 있는 파업행진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경총관계자가 "고임금의 대기업이 국제수지악화 경기하강등이 보이는
현실에서 국민 경제를 망각한 채 분규를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것도 이날 회의의 목적을 말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