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명의"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부문의 독보적 존재인 안철수(34)박사.

국내 해커들에게 그는 가장 두려운 적이다.

서울대 의대에서 전기생리학을 전공한 진짜 의학박사인 그가 "컴퓨터
의사"가 된 사연이 흥미롭다.

그는 "박사과정 1학년때인 88년초 컴퓨터 바이러스란 말을 처음 듣고
컴퓨터안에도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오해했다"며 "의학도로서 고유의
호기심이 발동해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며칠간 밤을 새워가며 독학으로 연구개발한 그의 처녀작이 "백신"
프로그램.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바이러스를 제작하는 해커들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어 91년 그가 박사과정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면서 내놓은 작품이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V3"이다.

그는 의사로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철저히 준수, 컴퓨터를 통한
인술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7월 V3를 상용화할때까지 8년동안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프로그램을 공급해왔다.

지금도 기업등 단체사용자들을 제외한 일반 PC사용자에게는 그가 개발한
최신 백신 프로그램들을 PC통신을 통해 무료 제공하고있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의 수가 매년 2배정도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중 절반이상이 국내에서 제작된 것입니다"

안박사는 특히 바이러스 제작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스스로 자신을 변형하는 바이러스를 비롯, 심지어 초보자도
쉽게 컴퓨터 바이러스를 제작할 수있는 바이러스 제작도구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확산되고 있는 해커들의 행위에 조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였단다.

안소장을 비롯한 13명의 "정보시대 파수꾼"들은 바이러스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고자 밤낮없이 애쓰고 있다.

안소장은 "모든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됨에 따라 바이러스는 더욱
위력을 떨치게 될것"이라며 인터넷등 네트워크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부터 미 필라델피아주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안소장이 최근 짬을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의학에 컴퓨터를 접목하는 새로운 학문분야에 대한 2년간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내년 5월께 귀국할 예정이다.

<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