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의 한국물에 물때가 끼이고 있다.

한국금융기관과 일반기업들이 발행한 채권값이 떨어지는가 하면 발행가도
낮아지고 있다.

해외기채시 국제기준금리에다 추가로 얹어주는 금리폭도 커지고 있는 실정
이다.

그래서 국제금융시장에선 "코리언프리미엄"이라는 달갑잖은 말까지 나돈다.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기채할때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얹어주는 가산
금리가 코리언프리미엄.

한국기업들의 해외기채물에는 이 가산금리가 항상 붙어 다녔지만 굳이
코리언프리미엄으로 불리지는 않았다.

가산폭이 크지 않아서였다.

올 1.4분기까지만 해도 가산금리는 0.3%포인트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0.5%에 육박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코리언프리미엄이란 불미스런 용어가 생겨나게 됐다.

지난해 일본금융기관들의 도산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을 풍미했던
"재팬프리미엄"이 자취를 감추자 마치 이 빈자리를 한국이 채우는게 이웃
나라로서의 의리인양, 코리언프리미엄이 재팬프리미엄의 뒤를 잇고 있는
꼴이다.

코리언프리미엄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곧 우리나라 은행이나
일반기업들의 해외기채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일단 발행시장에서 기채에는 성공했더라도 유통시장에서는 변동금리채
(FRN)등 한국물이 일반투자자들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비슷한 조건의 미국채에보다 수익률
이 0.47%포인트나 높게 거래되고 있다.

수익률이 높아지면 거꾸로 가격은 떨어진다.

이렇게 된 연유는 바로 공급과잉.해외투자등으로 외화자금수요가 많아진
한국금융기관들이 한꺼번에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 공급과잉을 자초했다.

1.4분기만해도 예년과 비슷하던 기채물량이 최근들어 갑자기 폭증, 해외
자본시장을 한국물로 뒤덮어 놓았다.

6월들어 국내금융기관들이 해외시장에서 기채한 물량은 7억달러.

지난 5일 장기신용은행이 2억달러치의 3년짜리 변동금리채를 발행한 것을
시발로 국내은행들의 해외기채는 숨돌림 새도 없이 이어졌다.

12일에는 한국수출입은행도 2억달러치의 5년만기 유러채를 시장에 내놨다.

하루뒤인 13일엔 한미은행이 3년물 변동금리예금증서(FRCD)를 1억달러치
발행했다.

그리고 17일 제일은행의 10년짜리 변동금리채 2억달러로 한국물의 릴레이식
기채는 일단 멈추긴 했다.

허나 이 10여일동안 쏟아져 나온 한국물은 지난 1.4분기의 8억달러에 거의
육박한다.

한국물이 공급과잉사태에 빠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한국물이 시장에 차고 넘친다. 이제 한국물에 대한 시장의 입맛이
떨어졌다"(미 JP모건은행의 아시아자본시장담당 아담 하워드 상무).

이 말에는 국제자본시장에 널리 퍼져 있는 한국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잘 함축돼 있다.

그동안 한국물이 그런대로 시장에서 소화될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올해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라는 호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이 호재를 뒤에서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은 A1(무디스), AA마이너스
(스탠더드&푸어스)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한국의 국가신용도이다.

하지만 OECD가입임박이라는 호재도 과도한 물량앞에서는 힘을 못쓰고 있다.

외국금융기관들은 한국물에 투자포션이 제한돼 있는 데다 이미 한국물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어 더이상 소화해낼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한국은 앞으로 소나기식 해외기채를 중단하고 기채물량을 줄이거나
기채를 연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그래야만 한국물에 끼인 물때가 걷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