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눈, 이영애의 코, 강수연의 입 등 인기여배우들의 얼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을 모아 사람을 만든다면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일까.

TV 오락프로그램에서 가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이용하여 가상의
여인을 합성해내지만 결과는 항상 엉뚱하다.

완벽한 미인은 없다는 것이다.

광고에서도 가끔 이러한 모습이 발견된다.

제일제당의 세제 참그린CF에 나오는 정애리의 손이나 슈발리에 광고에
등장한 이승연의 다리는 모두 주인이 다르다.

유명 인기모델에게 손이나 다리 가슴 등의 모습을 빌려주는 무명의
"부분모델"들의 것이다.

삼성전자 CF에서 "남편은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는 최진실의 귀여운
목소리가 성우 권희덕씨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항상 최상의 모델을 찾는 광고의 특성상 부분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주로 패션의류나 화장품 등 신체의 특정부위가 강조되어야 하는
품목의 광고에 자주 등장한다.

부분모델의 출연료는 그때그때 CF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광고예산에
따라 결정된다.

손모델의 경우 30만~50만원, 다리와 머리카락은 100만~150만원을 받는게
보통이며 발은 100만원 내외이다.

여성미의 상징인 가슴의 경우 쌍방울 샤빌메이크업브라에 출연했던
소련모델이 100만원, 태평양패션의 라보라마이스킨브라에 출연한 임희정이
300만원을 받았다.

얼굴은 감춰져 있지만 이들중에도 스타가 있다.

손모델로 유명한 차미숙의 경우 보통 70만~100만원을 받는다.

남영비비안의 각선미스타킹CF에 등장한 얼굴모델 정주희는 500만원을
받았지만 다리를 빌려준 노미성은 450만원을 받았다.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주인이 다른 얼굴과 나머지 신체부위를 연결시켜주는 것은 컴퓨터그래픽
기술이지만 노씨의 경우 화면조작이 필요없을 정도로 완벽한 각선미를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모델박스 최기열대리는 "외국의 경우 머리카락 부분모델을 쓸 때면
한달전부터 관리에 들어가는게 보통"이라며 "국내에서는 부분모델이
전문화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기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