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노경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납니다"

구미 LG전자 TV공장의 노조간부와 감독자회(계장 반장 조장)관계자 97명이
회사가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지난 23일 경북 구미시 옥성면 대원지 일원
에서 공동으로 농촌일손돕기와 자연보호운동을 전개했다.

LG전자는 노사관계에서는 가장 앞선 기업으로 꼽히지만 각종 대외활동은
조합원을 대표하는 노조 간부와 경영진의 입장에 있는 감독자가 따로
해왔었다.

노사화합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감독자와 노조간부가 심정적으로 서로를
완전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날 행사가 LG전자 TV공장의 노경관계를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날 행사는 노조의 제의로 이루어져 오전에는 같이 자연보호활동을 벌이고
오후에는 인근의 옥성초등학교에서 상호 팀웍을 다지기 위한 족구 배구대회
와 간담회로 흥겨운 한마당이 펼쳐졌다.

행사비용의 일부는 회사측에서 부담을 했지만 대부분은 노조와 감독자회
에서 부담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에 마련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올해는 날짜가 너무
늦어 농촌일손돕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며 내년에는 5월로 일자를
앞당기고 가을에도 공동으로 농촌지원 활동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해로 입사한지 20년을 넘어선 감독자회 강일훈 회장은 "옛날에는 노조
간부와 간부직원은 인사도 잘하지 않았고 감독자들은 경영진의 앞잡이
취급을 당했다"며 감독자들도 노조 사무실을 안방처럼 드나들며 서로
꺼리낌 없이 대화하는 모습에서 노경관계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LG전자의 제품에 간단한 A/S를 현장에서 바로
처리해 주는 등 주민들에 대한 간접적인 제품 홍보도 실시됐다.

< 대구=신경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