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사냥꾼은 살금살금 가지 않는다.

사냥개까지 동원해서 꿩을 날아가게 하고 공중에서 총을 쏘아 잡는다.

대신에 덫사냥꾼은 눈치채지 못하게 덫을 설치하고 지루하게 기다린다.

꿩사냥꾼에게 중요한 것은 순발력이다.

무료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여럿이 떼지어 다닌다.

자기를 과시하기가 좋다.

덫사냥꾼은 혼자 다닌다.

큼직한 곰이 걸렸어도 혼자서 기뻐할 따름이다.

요즘 증권시장에서는 모두가 꿩총을 메고 다닌다.

너무 시끄러워 덫을 놓아도 곰과 너구리가 미리 알아 버린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산 속에 꿩은 이미 다 잡아 버렸고 곰과 너구리가
득실거린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