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액(GDP)의 15.7%에 해당되는 48조원이 매년 물류비로 길에
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건설교통부가 물류비절감에 대한 국민의 인식전환을 위해 최근 내보낸
TV홍보광고 문안이다.

정부의 1년예산에 가까운 막대한 비용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물류부문의 선진화가 얼마나 화급한 과제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정책우선순위도 물류개선에 두어져야 한다는게 "어필" 포인트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각국의 경쟁력강화 움직임
속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는 물류체제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강국임을 자부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국내적으로도 자율화 개방화의 진전과 산업의 고도화로
더욱 다양하고 양질의 물류서비스가 요구됨에 따라 물류산업및 서비스의
고도화를 이뤄야 하는 점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처럼 물류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적인 예로 기업의 경우 물류비를 10%만 절감해도 매출액이 28%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판촉활동을 통해 매출액을 28%이상 늘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볼때 물류비절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셈이다.

수송.보관.하역등 물류활동에 지출된 모든 비용을 합친 것을 지칭하는
물류비는 그 총액과 구성요소의 변화를 분석하면 물류의 특징과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할수 있다.

정부의 공식조사결과 우리나라가 지난 94년 한햇동안 지출한 총물류비는
건교부의 광고대로 GDP의 15.7%인 48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등 주요 선진국의 물류비가 7~10%인데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또 10년전과 비교해 볼때 물동량은 3.6배, 연평균 13.7%가 증가했으나
물류비는 4.2배, 연평균 16%가 늘어나 그만큼 물류애로가 가중되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

특히 수송부문의 애로가 심각해 물류비 가운데 수송비가 72%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자동차에 의한 도로수송비가 65%로 가장 많고
계속 그 구성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같은 과도한 물류비부담이 우리 제품의 원가상승과 서비스 질 저하등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류비부담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이유는 네가지로 압축
된다.

우선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물동량이 급증한데 반해 도로 철도
공항 항만 화물터미널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부족으로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
됐기 때문이다.

둘째, 철도와 연안해송의 역할이 미미한데다 물동량 대부분이 심각한
체증을 빚고 있는 도로를 통해 수송되고 있고 도로수송화물중에서도 개별
기업의 자가트럭수송이 80%이상을 차지하는등 수송구조가 편중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셋째, 실제로 물류업무를 수행하는 전문물류산업이 영세하고 정부의 엄격한
행정규제로 상호경쟁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서비스의 질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원활한 물류흐름을 위한 물류표준화와 정보화가 진전되지 못했고 기업이나
국민들의 물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미흡한 점도 한 요인
이다.

이런 점들을 들어 정부 스스로가 우리나라를 물류시설.운영.제도.의식등
모든 면을 통털어 볼때 선진국에 비해 20여년의 격차가 있는 물류후진국으로
자평하고 있는 점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지난 94년부터 오는 2003년까지 10년간의 종합물류개선
대책을 마련, 물류문제 해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출범과 OECD가입
으로 대표되는 무한 국제경쟁시대에서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는 세계일류
국가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 대책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잘 갖춰진 물류기반시설과 정보화
표준화된 물류시스템을 활용, 전세계에 걸쳐 신속하고도 저렴한 복합일관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게돼 물류산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자리잡게 됨은 물론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 발돋움할 것으로 물류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오는 2000년대초면 우리나라 물류의 가장 큰 문제점인 수송애로가 해소돼
적은 비용으로 적시적소에 물자수송이 이뤄지게 되고 기업이나 일반국민들은
종합물류정보망을 통해 필요로 하는 각종 물류정보를 신속히 제공받게 되는
한편 전자문서교환(EDI)체제로 서류없는 물류업무 처리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물류시설과 장비의 표준규격화를 통해 물류과정이 기계화 자동화돼
인력 비용 시간이 대폭 절감되고 물류와 관련한 불필요한 각종 행정규제의
철폐, 물류산업육성책등으로 물류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자율경쟁을 통한
양질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