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화 <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금년도 1.4분기 임금상승률은 13.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임금상승률 11.4%에 비하여 2.3% 포인트가 올랐고, 제조업의
임금상승률은 10.4%에서 15.6%로 1년새에 5.2%포인트나 높아졌다.

내용면에서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또 정액급여보다는 특별급여가
임금상승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임금상승 추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첫번째로 지적할 것은 지난 2~3년간 상대적으로 둔화돼 왔던 임금상승률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의 급격한 임금상승이 우리 산업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음은 이미 주지하는 바이다.

임금상승이 주요 경쟁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진데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지속됨으로써 기업의
단위노동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 산업의 경쟁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비록 1.4분기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나 임금상승률의 확대기조는 우리기업의
경쟁력 확충이라는 차원에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는 대기업 주도로 임금인상이 이루어짐으로써 임금상승률이 기업규모에
비례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규모간 임금격차의 확대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킴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기양극화를 조장한다.

더욱이 독과점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이 임금인상분을 가격상승이나 납품
단가 인하 등의 방법을 통해 소비자나 중소 하청업체에 전가시킬 경우 이는
물가상승과 중소기업의 경영악화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물가안정 기조와
국내 산업의 경쟁기반을 잠식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규모간 임금격차의 확대 추세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견실한 성장을 위해서도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셋째는 임금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과근로시간의 감소로 초과급여의 상승률은 현저히 둔화된 반면
특별급여가 빠르게 증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임금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정액급여에 비하여 특별 급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한가지 가능성은 성과급제의 확산으로 생산성과의 연계하게 특별급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측면이고, 또 다른 가능성은 국가차원의 임금준거에 대한
부담으로 노사의 동의하에 편법적인 임금인상방법으로서 특별급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측면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선진경제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도
국가경쟁력의 확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임금교섭 자체는 원칙적으로 노사자율에 맡기되 국가경제및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근로자 복지증진을 위하여 임금정책에 있어서의 원칙은
분명히 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생산성임금제의 정착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인상은 결국 우리 경제의 경쟁력약화로
이어지며, 그로 인한 손실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단 생산성 범위 내에서 임금상승을 억제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생산성향상을 통하여 우리경제가 부담할 수 있는
임금상승폭을 확대해가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직무.직능급이나 성과급을 확대함으로써 임금과 생산성과의 연계를 강화
해야 하며 근로자에 대한 교육.훈련투자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의
적극적 노력과 근로자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진정한 의미의 임금안정이 가능하려면 임금 이외의 부문에서 실질적인
근로자 복지증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가와 부동산가격의 안정, 근로자의 조세부담 경감 등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실질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관건이라고
하겠다.

특히 2중구조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근로자주택의
공급과 주택자금 지원, 근로자 자녀의 학자금 지원, 대출우대및 세제감면
혜택 등 정부차원의 근로복지시책이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셋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지나친 임금격차 확대는 근로복지의 형평성
제고 및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완화하여야 한다.

대기업의 경유 임금상승보다는 인력개발투자나 사내복지기금 조성 등
임금 이외의 근로자 복지증진에 주력하고 거래관행의 개선이나 인력개발
사업의 지원 등 협력업체에 대한 각종 지원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