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유엔주최 세계 환경의 날 행사가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보도됐다.
최근들어 OECD 가입을 준비하면서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이 기울리기
시작했다.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다.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인구의 도시집중 차량증가등으로 대도시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낙동강 페놀방류사건 상수도원의 오염 남해안의 기름유출과 같은 환경오염
문제가 급격히 대두됐고 울산 온산 등 공해사건과 서울의 스모그현상 등은
대기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가 미치는 사회적
비용만도 1조2,000억원으로 GNP의 0.4%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총체적 대기오염이 미치는 사회적 비용을 계산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올 것이다.
OECD 세계은행 IMF등의 국제기구는 경제가 시장지향적이며 균형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수 있다면 경제성장은 환경친화적일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1992년의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의하면 환경오염은 저소득수준에서만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며 균형성장을 통하여 고소득에 이른다면 결국
사회구조가 환경친화적으로 변모하여 환경문제는 자연히 해결될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환경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성장을 통한 고소득의 달성이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견해를 수용한다면 한국의 환경문제의 미래를 희망적
으로 낙관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환경문제가 시간이 경과하면 자연히 완화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환경친화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그 경제성장이 시장지향적이며
균형적인 성장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며 한국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첫째, 한국의 경제성장은 지나치게 물질적인 고도성장만을 추구했으며
성장주도산업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중화학공업이었고 다른 산업과의
균형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하였다.
둘째, 한국의 경제성장은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져 왔으며 현재의 환경문제도
시장매커니즘에 의하기보다는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다.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비용은 경쟁력을 저하시켜 수출감소-투자감소-
성장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에 선출된 대다수의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개발공약을 내세우며
가시적인 지역발전만을 꾀할 동기가 있다.
그린벨트 보전과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환경보호는 선언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환경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과거에서부터 누적되어 현재의 환경정화
비용은 이미 높은 상태이다.
환경정화를 미래로 연기할 경우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미래의 환경정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환경정화를 하지 않고 미룰 경우 각종 공해로 인한 질환자가 늘 것이며,
노동의 생산성을 감소시켜 생산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해외로부터의 직접투자와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결국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환경정화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감소시킬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역할를 한다.
그렇다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은 누가 부담하여야 하는가.
이에 가장 빈번하게 적용되는 원칙은 오염을 배출한 원인이자 전적으로
환경오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른바"오염원인자 부담의 원칙"이다.
이것은 OECD와 우리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원인 제공자를 강력히 제재하여 환경오염을 억제
시키는 것은 환경정책의 기본수단이 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오염원인자 부담의 원칙"에만 의존하여서는 궁극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만일 중국이 황해로 오염물질을 배출한 경우 어떻게 우리나라가 정화비용을
중국에 부담시킬 것인가.
"오염원인자 부담의 원칙"의 집행은 향시 도덕적 해이성(Moral Hazard)의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의 단속을 피해 오염물질을 몰래 방출하는 기업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이는 환경문제가 "오염원인자 부담의 원칙"에만 의존해서는 해결되기
어렵고 환경서비스를 받는 수용자인"피해자 부담의 원칙"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최근에 환경규제의 한 방안으로 환경세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오염원인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환경세를 부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대체로 깨끗한 환경을 선호하고 이의 보전을
위하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따라서 고소득자가 더 높은 환경세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기업과 국민 모두가 녹색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연환경보존과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방지에 다 같이 꾸준히
노력하여야 한다.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질적인 고도성장과 외형적인 전시효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내실에 충실하는 마음 가짐이 있어야 한다.
양적인 성장의 감소가 있더라도, 환경정화를 적극 추진할 자세를 갖게
될때 환경보호는 시작되는 것이다.
환경친화적인 성장정책의 추구를 계속하여야 하지만 성장우호적인 환경의
구축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
태어나지 않은 우리들의 후손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어 그들도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고 우리에게 준 축복의
기회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보존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