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12일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에게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을 보고한데 이어 구체적인 "경제틀"
잡기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하반기에 정부가 잡아야할 "토끼"는 경기연착륙 물가안정 경상수지적자축소
환율안정 규제완화 경제투명성제고등 무수히 많다.

어느 것 하나 무시하거나 소흘할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재경원이 현재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부분은 경상수지 적자
축소와 물가 안정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최대 경제목표를 물가안정에 두기로 하고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도 틈틈히 이를 강조해 왔었다.

특히 올해 물가 목표치인 4.5%가 달성되면 97년 이후 소위 선진국형
물가라고 하는 3%대의 물가로의 진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아래 연초부터
물가잡기에 총력전을 기울여 왔던게 사실이다.

수시로 물가대책회의를 열어 각종 농축수산물의 출하를 늘리고 서비스
공공요금의 인상을 억제하는 한편 농축수산물과 일부 값싼 소비재 수입을
촉진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반도체가격 하락등으로 인한 수출부진으로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자 경상적자 축소를 물가안정과 나란히
최우선과제로 삼게 됐다.

따라서 물가잡기는 그런대로 상반기중에 꾸준히 추진해온 만큼 하반기
경제운영의 가장 큰 무게는 경상적자 축소에 둘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재경원은 이미 발표한 수출산업 저변확대 수출선수금 한도 확대
등 경상수지 대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연초 세운 경상수지적자
목표도 수정할 방침이다.

연초목표인 50~60억달러 적자는 이미 달성이 어려워진 만큼 우선 1백억
달러 이내로 적자폭을 억제하고 가능하면 지난해 수준(85억달러 적자)을
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이를위해 3.4분기까지 국제수지 동향을 보고 필요하면 추가적인 국제수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환율 조정은 하반기에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다는게
재경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경기상황도 불투명하다.

1.4분기 성장율이 7.9%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이는 연초 정부가
각종 공사를 앞당겨 발주하는등 인위적인 부양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수
있어 하반기 경제는 다소 불안한 국면을 맞을수도 있다.

특히 최근 전경련이 실시한 BSI(경기실사지수)가 100으로 나타나 100을
넘었던 4,5월에 비해 기업들이 하반기 경기를 좋지 않게 보고 있는 상황
이다.

그러나 현재 재경원은 하반기에 특별한 경기부양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으며 상황을 봐가며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부양책을 쓰다가는 물가를 자극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경제투명성 제고를 위한 상속세제 개편과 규제완화 작업, 특히
기업공개와 합병과 관련된 절차 정비 작업과 기업공시 강화방안등도 하반기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