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펴낸 "한국경제보고서"는 그 내용보다
지금이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여서 주목받을 만하다.

바로 다음달인 7월중에 OECD 이사회에서 한국의 가입여부에 대한 최종
판정이 있을 예정인 데다 최근 잇따른 비리사건으로 규제철폐의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OECD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지나친 금융규제로 인한 금융시장의 낙후,
비효율적인 대기업정책, 안정적인 재정운용의 중요성 등을 지적하고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안정성장을 낙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중에서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금융부문의 규제완화다.

지난 80년대 초부터 금융자율화가 논의돼 왔고 수많은 연구보고서가
나왔으며 정부도 단계적인 자율화및 개방계획을 착실하게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동안의 금융규제 완화가 미진하다고 평가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OECD로부터 특히 금융부문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지적을 받은 것은 우선
금융뿐 아니라 우리 경제전반이 시장자율화가 덜된 탓으로 규제완화 속도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었고 다른 한편 국내외의 시각차이 때문이라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규제 완화가 부진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은
최근의 잇따른 금융관련 비리사건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경제관련 법령및 규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하지
못해 관계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을수록 비리발생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뿐만아니라 비리발생 소지를 없앰으로써 사회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몇 십년동안 굳어진 관치금융 체질을 벗어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특히 관계 공무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퇴직한 뒤에도 각급 감독기관 협회
및 금융기관에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어 관계당국의 손발노릇을 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죽하면 모피아(MOFIA)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통용되겠는가.

그리고 인적 청산은 제도개혁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관계당국이 금융자율화및 개방계획을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
완료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도 낯 뜨거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자율화했느냐 보다 얼마나 내실있게 자율화
됐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이점에서 현재의 규제완화는 겉보기보다 훨씬 부실하다고 봐야
한다.

규제라고 무조건 나쁘다든지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부정부패, 불공정거래, 환경오염 등 시장실패를 막기 위한 사회규제는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

대신 경영방향, 소유지분, 기업규모, 진입퇴출 등에 대한 산업규제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모두 철폐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동시에 학연 지연 혈연을 떠나 오직 실적에 따라 유능한 인재가 발탁돼야
하며 배타적인 집단이기주의는 더 이상 용납되지 말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