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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총재 이경식)은 4일 본점강당에서 다이시앙롱 중국인민은행총재와
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총재를 초청, "금융의 범세계화와 중앙은행의
역할"이란 주제로 창립 제46주년기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3국 중앙은행총재는 "최근 급변하는 금융환경하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고 효율적이면서 안전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이를 위해 한.중.일 3국 중앙은행간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는게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경식 한은 총재의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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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

금융자유화.개방화와 금융의 겸업화가 크게 진전되고 파생금융상품이
급성장하는 등 금융환경의 변화는 중앙은행의 정책여건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유동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신종 금융상품이 대거 등장해 개별금융
상품의 통화성(MONEYNESS) 측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 금융자산간 대체성이 높아져 통화수요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가 하면
정책의 파급경로도 변화하는등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내외 자본이동과 시장간 재정거래가 활발해져 통화 금리 환율등 주요
금융변수간의 연계성이 증대되고 이들 변수들이 서로 상충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개별정책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기 때문에
통화 금리 환율정책간 적절한 조합의 선택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아울러 금융자유화와 범세계화는 개별 금융기관의 경영안정은 물론
금융제도 전체의 안정성에도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수 있다.

자유화 개방화가 진전될수록 금융시장에서의 리스크는 증대되고 경쟁은
격화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악화된 수지를 보전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경우 경영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나아가 한 금융시장에서의 리스크증대나 특정금융기관의 부실화가 다른
금융시장에 연쇄파급되어 종국적으로는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더욱이 근래에는 시차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금융시장에 즉시 파급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종 금융위험을 축소할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 투기적 거래를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오히려 금융제도의 안정성이 저해될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된다.

파생금융상품은 통화정책운용상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통화와
대체성이 있는 다양한 합성금융자산을 창출함으로써 기존 통화지표의
유용성을 저하시키고 정책효과의 불확실성을 높일수 있다는 지적에
유의해야한다.

최근의 금융환경변화는 한국에도 자본시장개방에 따른 대규모의 외자유입이
통화관리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을 뿐만아니라 환율절상 압력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또 금융기관간 과도한 경쟁에 따라 경영의 건전성확보 문제가 중앙은행의
새로운 정책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금융환경하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효율적이고 안전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보다 막중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각국 중앙은행간 원활한 정책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나라 중앙은행이 서로의 경험을 교환하고 정책협조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로 이번 심포지엄이
귀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