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 한경연 선임연구원 >

흔히 통화가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화폐수량설에 따른 것이고 일부학자들은 통화증가가
반드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전적인 화폐수량설에 의하면 통화(M1)의 지불수단 기능을 중시해 통화가
증가하면 총수요를 증가시켜 물가만 상승하고 생산에는 별영향을 못미친다는
것이다.

통화증가만큼 비례적으로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화가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통화의 증가가 보통 2~3년의 시차를 두고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실증분석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수요와 비제도권 금융권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개도국의 경우에는 통화신용의 증가가 총공급의 증가
및 인플레 억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부르노 테일러 등의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들은 금융비용을 생산요소의 일부로서 취급하고 통화신용정책의 영향이
생산공급과 인플레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파급과정을 제시하였다.

즉 금융긴축정책은 여신할당의 강화를 통하여 기업의 실효금융비용을 상승
시켜 단기적으로는 생산의 감소와 인플레를 더욱 악화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실효금융비용의 증가는 기업내부의 가용자금을 축소시켜 이것이 추가적인
자금수요를 유발하고 실효금융비용을 더욱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통화증가가 물가상승의 원인이 된다기보다는 생산증가의 공급측면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결국 통화증가에 따른 영향은 경제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물가를 상승시킬 수도 있고 생산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의
감소를 가져올 수도 있어 일률적으로 말할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