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지하철 2기 4개 노선의 설계가 많은 곳에서 잘못돼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지난 1년간 17곳에서 보강공사를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김학재 본부장은 29일 "작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약10개월에 걸쳐 대한토목학회에 의뢰, 2기 지하철 전구간
(1백60km)을 대상으로 설계의 적정성 등 설계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1단계공사구간에서 4백23개소, 2단계구간에서 3백40개소, 합계 7백63개소의
설계가 잘못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1단계구간의
17개소는 도저히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보강공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또 "2단계구간에서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을 재조사하는 등 설계를 수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1단계구간 보강공사비는 설계를 잘못한 설계회사들이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17개소를 건설한 업체들은 선진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동일기술공사 동명기술공단 우보엔지니어링 남광엔지니어링 도화종합
기술공사 동아엔지니어링 (주)해강 대한컨설턴트 등 10개사다.

보강공사를 실시한 5,7,8호선의 17개소는 대부분 하중설계 잘못으로
기둥의 단면력이 부족해 설계대로 지하철을 건설했을 경우 기둥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5호선 강동구간의 종착역인 상일역(5-49공구)의 경우에는 기둥의
단면력이 부족해 41개의 보강기둥을 설치해야 했다.

또 8월말 개통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인 7호선의 11공구와 8호선의
3공구 (가락시장역 송파역), 4공구 (문정역), 10공구 등에서도 설계상의
문제 때문에 짧게는 한달, 길게는 열달이나 보강공사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본부장은 "설계 잘못이 재발하지 않도록 앞으로 설계감리를 강화하고
지적된 사항들은 3기 지하철 설계기준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