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주곡 쌀 수급에 비상이 걸리더니
이번엔 가공용 쌀까지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탁주 양주등 가공용으로 쓰일 정부미 재고가 감소함에 따라 정부가
이 쌀의 방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공용 이건 주곡용이건 현재의 쌀 수급전반이 불안해진것은 우리의
쌀 재배면적이 예상보다 급격히 감소한데다 국제곡물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우리 농민들이 80kg 한가마에 14만원대의 쌀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출하를 조절하고 있는 것도 단기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정부의 공식추계에 의하면 올해의 쌀 재고가 사상최저인 278만섬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전문가들은 그 이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쌀 수요감소추세가 예상보다 급격히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쌀 수급문제를 수립.집행하는데 있어 과거의 주곡 자급의지를
다시 회생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유휴지의 대리경작을 시켜서라도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정부의지는
꼭 실천되어야 한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15kg 정도로 올리겠다는 목표도 어떤 과학기술이나
첨단영농기법을 동원해서라도 성공시켜야 한다.

영농기계의 투입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계획대로 올 쌀 생산목표 3,370만섬이 달성되면 일단 재고에 여유가
생겨 좀 더 긴 안목으로 쌀 증산문제를 숙고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기존 논 면적의 감소추세는 돌이킬 수 없고
해외의존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기초로 쌀 증산계획을 세우려면 간척에 의한 농경지
확대등 새로운 수단이 추가되어야 한다.

올해의 세계곡물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리란 미국 농무부의 최신
예측도 있고 보면 다소 사정이 나은 지금 장래를 설계해야한다.

쌀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임과 동시에 우리농민들을 보호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할 줄로
안다.

김희정 <경북 의성군 안계면>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