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이 가지는 매력은 실제의 부피(실공간)외에 뻗어나간 작품의 방향에
따른 공간(허공)까지도 모두 작품의 미적인 영역으로 흡수하여 새롭게
환기시킨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조각작품은 단순한 개인의 향수 차원을 넘어서 공간을 사용하는
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공공미술( Public Art )로 연결되며 여기에서
평면작품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구입에 있어서도 평면과는 다르게 입체예술품인 조각의 경우에는 주변
환경-비록 신내라고 하더라도-과 작품과의 조화를 더욱 세심히 고려해야
하며 이후 그 작품으로 인해 변화될 주변의 공간을 미리 구상해 보는
작업도 필요하다.

조각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나의 원작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수 미술품인 판화와 비슷하게 조각 역시 브론즈등 주조가 가능한
작품의 경우 복소제작이 이루어질수 있다.

그러면 복수 미술품으로서의 조각이 가능하게 되는 에디션( Edition )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장성이 있는 작가들의 경우 하나의 작품에 대해 일반적으로 3~8개의
동일한 작품을 제작하여 이를 오리지널 작품으로 정한다.

헨리 무어 세자르 아르망등 현대조각의 거장들의 경우 8개의 에디션을
가지며 로댕과 부르델은 8개의 시장용과 여기에 덧붙여 4개의 미술관용
에디션을 가진다.

이러한 에디션은 판화와는 약간 달리 그 번호가 빠르고 늦음에 따른
가격차는 없으며 작가 사후에 제작하게 될 경우에는 재단을 설립하여
엄정한 관리하에 이뤄진다.

물론 이는 작가에 따라 하나의 원작만을 고집하는 경우-이탈리아 조각가
만주-도 있으므로 "통상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오리지널의 상한선은 나라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12개 정도로 규정되고
있다.

로댕이나 부르델의 예에서 언급하였지만 이중 로마수자로 표기된 4개의
작품(I/IV~IV/IV)은 미술관 등 문화기관을 위해 사용되며 1부터 8까지
이라비아 숫자로 넘버링된 작품들(1/8~8/8)은 미술시장을 위한 것이다.

한편 1981년 프랑스의 예술품거개법에 따르면 위에서 말한 12개의
오리지널 이외의 주조물에 대해서는 멀티플로 정하는데 이는 비교적
저가의 가격을 통한 보급을 목적으로 한다.

달리나 아르망 아펠등의 대가들의 작품은 이러한 멀티플 수가 많은데
달리의 경우 300개 아르망의 경우 100개의 동일한 멀티플 작품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동일한 다수의 원작을 가진 조각의 경우 작품의 진위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밀랍기법 등을 이용한 현재의 복제 수준은 거의모든 조각작품을 원작과
동일하게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작과 모작,오리지널과 멀티플을 구별하는 데에는 어떠한
안목이 필요한가.

무엇보다도 작가와 작품성을 꿰뚫어 보는 심미안이 요구되지만 그럴수
없는 일반 애호가의 경우 조각작품에 새겨져 있는 세가지 요소 즉 작가
서명과 제작공방 표기 그리고 넘버링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이 세가지가 갖추어져 있으면 일단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보아도 된다.

대로는 여기에 제작연도가 명시되는 경우도 있으며 에디션 넘버에 AP라고
되어 있는 것은 작가 소장용이란 의미이다.

현재 거래되는 조각중 최고가로 거래되는 것은 누구의 작품인가.

생명감 넘치는 타원형 조각을 했던 브랑쿠시(1876~1957년)인간의 실존이
응축된 듯한 가늘고 긴 인체작품에 주력했던 자코메티(1901~66년)의
작품이다.

이들의 작품은 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0만~800만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가나미술문화연구소>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