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지역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에 비례해서 아시아국가간 협력증대및 균형발전을 위한 한국의 역할
증대를 요구하는 소리도 높다.
더군다나 한국은 세계경제에서의 책임이 강조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 등 세계적인 경제전문 언론매체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다우존스사의 카렌 엘리오트 하우스 사장과 손병두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의 대담을 통해 세계경제의 흐름과 아시아의 역할, 그리고 세계화와
한반도의 정세변화에 대한 한국의 대응전략 등을 짚어본다.
하우스사장은 지난 9~11일 호텔신라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서울총회를 주관키 위해 내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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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렌 엘리오트 하우스 사장 >>
<>텍사스주 마타도르 출생
<>텍사스대 신문학과 졸업
<>중동사태에 대한 보도로 국제보도부문 퓰리처상 수상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 해외부문 편집인
<>다우존스사 부사장
<>아시아 소사이어티 재단 이사
<< 손병두 부원장 >>
<>41년 경남 진양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양대 경영학 박사
<>동서경제연구소 사장
<>(주)동서투자자문 사장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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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부원장 =세계화는 이제 모든 나라에서 최대 경제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지속적으로 ''세계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그와 병행해서 정치 민주화를 위한 개혁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경제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고요.
이제는 한국도 아시아지역에서의 역할을 제고할 때가 된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시아의 세계화''를 주제로 한 제7차 아시아 소사이어티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한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는데요.
<>하우스사장 =동감입니다.
지금은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우선 경제적이 성공과 정치적인 민주화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시키는데
한국이 모델이 될수 있겠죠.
정치적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경제 원조나 문화적 접근을 시도해야
합니다.
한국이 ''아시아의 세계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의 세계화''의 리더가 돼야 합니다.
양국은 국제무역의 확대가 가져다 주는 이익을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의 개방과 자유화는 결국 한국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개방과 자유화는 진전되고 있지만 아직 미국의 기대에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손부원장 =한국은 세계화말고도 남북문제의 해결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남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북한은 경제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데도 아직 문을 열려 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는게 아시아는
물론 세계평화에 기여할수 있다고 봅니다.
<>하우스사장 =물론입니다.
북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울타리 밖으로 끌어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포용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인적교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일성 사후 북한 체제는 더욱 불투명해졌습니다.
북한이 만일 핵문제 등 계속적으로 강경노선을 걷는다면 남북문제 해결은
늦어질수 밖에 없어요.
무엇보다 남북간 경제접촉과 대화를 통해 북한체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손부원장 =하우스 사장께서는 지난 84년 중동사태 때 현장에서
아라파트와 후세인왕을 직접 취재해 퓰리처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문제에 정통하신데 최근 한.미 대통령이 합의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한 미국 중국 등 4자회담제의를 어떻게 보십니까.
<>하우스사장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 중국 등 관련국은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남북한 당사자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봐요.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미국과 중국의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니 이의 방지를 위해
신경써야 합니다.
아무래도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겠죠.
<>손부원장 =한국의 경제자유화는 OECD 가입 추진에서 나타나듯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쟁력은 시장기능을 통해서 나오며 시장기능의 제고를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자유화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유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와 함께
멕시코의 교훈을 지적하기도 합니다만.
<>하우스사장 =자유화는 빠를수록 좋은 겁니다.
자본수지 흑자는 해외투자 확대로 상쇄가 가능하고요.
또 적절한 거시정책을 펴면 시장기능도 큰 문제없이 활성화할수 있다고
봅니다.
경쟁력 강화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가동돼야 가능하지 않습니까.
도태돼야 할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유익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곤경에 빠뜨렸지만
미국 국민들은 싸고 좋은 차를 살수 있었습니다.
결국 미국 자동차산업도 분위기를 일신해 경쟁력을 되찾지 않았습니까.
<>손부원장 =자유화와 세계화는 국민 기업 정부의 합의에 의해 시장기능의
제고를 목표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금융시장을 포함해서 모든 시장이 자유화돼야 겠지요.
자유화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의 바람직한 관계와 역할의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독일은 정부 노조 기업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정부 주도로 자유화를 진행시키고 있고요.
<>하우스사장 =어떤 형태로 자유화가 추진되든 가장 중요한건 시장기능을
제고시키는 것입니다.
세계화와 자유화는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주므로 계속
추진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근로자의 일시적 실업 등 어려움이 있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가 받는 상대적 불이익은 전체가 받는 이익에 비하면
매우 작습니다.
미국의 예를 보면 수많은 상품을 선택해 구입할수 있고 상품가격도 저렴한
소비자의 천국입니다.
상대적으로 자유화가 더딘 유렵과 비교하면 자유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금방 알수 있잖습니까.
<>손부원장 =김영삼대통령은 임기중 정부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개혁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등 어려움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혁은 국민에게 이를 설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속에서 추진돼야 합니다.
성공적으로 정부개혁을 추진했다는 뉴질랜드의 경우를 보면 정부개혁에서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우스사장 =옳은 지적입니다.
뉴질랜드의 볼저총리와 같은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미국에는 균형재정을 주장한 뉴트 깅리치 하원의원을 꼽을수 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정부개혁은 이를 실천한 것이라 할수 있습니다.
비대한 정부보직 및 기능의 축소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살수 있으니
이를 설득하고 동참시킬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국민들에게 개혁 아이디어를 납득시키고 이해시켰습니다.
아이디어를 납득시키고 이해시켰습니다.
개혁은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해야 합니다.
<>손부원장 =개혁 추진을 위해서는 리더십 외에도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해 나가는 방향으로 제도적 틀을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예요.
세계화의 실질적 의미는 시장경제 확립이기 때문이죠.
한국은 전통적으로 반기업가 반시장적인 국민정서가 강합니다.
그런 경향은 학자와 언론인들 사이에서 강한 편입니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의식해 복지기능 강화를 내세우게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만 시장경제 확립과 정부의 복지기능 강화는 서로 배치되는 점이
있습니다.
시장경제와 복지기능간에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하우스사장 =그렇습니다.
정치분야에 먼저 시장경제 기능이 도입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수 있어요.
경제개발 과정에서 빈부의 격차가 생길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그 차이가 계속 확대돼 왔죠.
그것이 오늘날 많은 범죄의 원인입니다.
반면 유럽의 복지제도는 경제와 경쟁력을 약화시켜 왔습니다.
경제의 효율성과 복지제도는 조화시키기 어려운 것이므로 양자간에
적절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이런 문제를 가족제도와 가정이 해소시켜 온 것
같습니다.
교육을 통한 참여기회 확대도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고 할수 있겠죠.
가진 자의 부를 인정하는 동시에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손부원장 =유럽및 북중미에서는 경제통합이 가속화되고 있고 이것이
자칫 배타적 경제블록으로 변할 위험성도 있지요.
아시아 역내 국가들은 정치 경제 문화적 이질성 때문에 경제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통신 산업이 발전하면 역내 경제통합 없이도 서로 긴밀한
협조를 할수 있다고 보는데요.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속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지역적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우스사장 =아시아는 아직까지 경제블록이 아닙니다.
무역과 투자의 확대가 자연스럽게 아시아의 긴밀한 협력을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정보 통신산업의 발전을 지역블록이 없다는 장애를 극복할 수 있으며
현재도 그렇게 되고 있다고 봅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해야지 배타적인 경제블록을
쌓아서는 안됩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개방적인 국제교역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국가간 경제발전 차이도 크기 때문에 개방적 경제협력체 성립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손부원장 =일본과 한국의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의 지나친 보호주의적
태도는 미국 언론에 그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하우스사장 =언론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언론인 대다수는 경제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주의적 주장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일부 그릇된 정치인들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는 얘기죠.
정치인은 문제의 본질과 필요성을 잘 알면서도 정치적 득표와 이해관계
때문에 진실을 말하지 않는게 보통입니다.
보호주의를 주장하는 패트릭 뷰캐넌이 그런 정치인의 대표적인 예라
할수 있습니다.
<>손부원장 =월 스트리트 저널지(WSJ)는 미국의 대표적 경제전문지로
확고히 자리잡았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WSJ지의 세계 경제에의 공헌과 성공 비결은 뭐라고 보십니까.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신문의 위기''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우스사장 =WSJ지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정확 정직하고 독립된
기관으로서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겁니다.
WSJ는 정치 경제 금융 등에 관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믿을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경영진의 역할은 정확 정직하고 외부의 영향에 대해 독립적인
기사를 쓰도록 기자들을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언론의 생명입니다.
어떤 집단에 예속되지 않도록 회사가 모든 비용을 처리해 준다면 기자들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우존스사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시장전략으로 경제문제에 전문화된
국제적인 전자 출판 사업자로 도약하려고 합니다.
''대화형 WSJ''라는 전자신문도 이미 개설했고요.
<>손부원장 =한국에서 경제신문을 포함한 경제정보산업의 바람직한 역할과
정보산업 육성방안에 도움이 될 의견이 있다면....
<>하우스사장 =정직하고 신뢰할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신문은 정보으 신뢰도로 평가되며 정직한 보도가 바른 선택을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경제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손부원장 =한국의 경제적 장래를 어떻게 보며 세계화 추진과정에서
필요한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하우스사장 =한국의 장래는 낙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비록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권위주의에서 문민정부로
전환하는 커다란 정치적 진보에도 기여했고요.
민주 정치가 가져다주는 자유와 정치적 유연성은 경제 발전에 커다란
자산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아시아의 중요 국가로 발돋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정리=이의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