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의 대결에서 질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최근들어 패배가 겹쳤을 뿐입니다"

지난 22일 바둑기사로는 4번째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이창호 칠단은
3월말부터 유창혁 칠단, 조훈현 구단에 잇달아 타이틀을 내준데 대해
이렇게 말하며 "매번 최선을 다한 대국이었다"고 덧붙였다.

올들어 연승행진을 달리며 국내바둑계의 1인자로 군림했던 신산
이창호 칠단.

연초 그의 독주시대가 최소한 10년은 갈것이라며 바둑관계자들은
너도나도 입을 모았었다.

그리고 이칠단은 국내타이틀전에서 20연승 행진을 순항을 했다.

하지만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도 있는 법.이창호의 연승행진은
"세계적 공격수" 유창혁 칠단의 일격과 함께 제동이 걸렸다.

3월말 KBS바둑왕 타이틀을 내준 것.

스승 조훈현 구단의 "23연승" 기록을 깨지 못하고 이칠단의 연승기록은
20연승으로 마감됐다.

그리고 연초부터 계속된 바둑황제 조훈현구단의 거센 공세에도 무릎을
꿇어 패왕전, BC카드배 타이틀을 내줬다.

"이창호의 아성이 흔들린다.

강태공도 거친 파도에는 어쩔 수 없다.

슬럼프에 빠진 것 아니냐"는 말들이 이때부터 떠돌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칠단은 "바둑은 질수도 있다.

상대방이 잘두면 어쩔수 없다"고 일축하며 "발길을 세계로 돌려
국제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의연하게 답변했다.

국내기록 달성에 연연치 않고 세계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이렇게 말하는 이칠단에게서 냉정한 "승부사"의 단면이 엿보인다.

단순한"승리 제조기"가 아니라 한단계 발전된 "성숙한 프로기사"의
정신을 느낄수 있다.

그의 말대로 승부의 세계, 그것도 냉엄한 프로바둑의 세계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그야말로 다반사.

단지 슬럼프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창호 칠단은 지난주 스승 조훈현 구단과의 대결에서 2연승을
기록했다.

이창호 칠단은 지난21일 열린 왕위전 도전자 결정대국과 23일 벌어진
기왕전 도전5번기 제4국에서 스승 조훈현구단을 물리친 것.

이로써 이칠단은 왕위전 도전자로 확정됐으며 기왕전에서는 2승2패를
기록,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5월들어 이칠단과 조구단의 전적은 2승4패로 이칠단의 열세.

그러나 올해 전적에서는 13승 9패로 이칠단이 다소 우세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