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호 <인제대의대 내과교수>

당뇨병조절은 궁극적으로 본인의 성실성 여부에 크게 좌우되지만 주위의
뒷받침과 따뜻한 애정없이는 성공할수 없다.

필자의 임상에서 당뇨환자의 심리상태가 대개 5단계를 거치며 변화하는
것을 관찰했는데 이러한 마음가짐의 변화를 아는 것은 주위의 가족이나
환자자신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첫번째 단계는 환자가 당뇨진단을 받고 충격에 휩싸이며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막연히 알던 당뇨병을 더욱 깊이 알고자 주위의 의료인에게
물어보고 당뇨관련의학서를 사서 보기도 하며 술 담배를 끊는 등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두번째 단계는 희망을 갖는 시기로 환자는 당뇨를 잘 조절하면 고통과
합병증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뇨당 검사에서 새까맣게 변하던 것이
변색하지 않고 물을 덜 찾게 되고 소변양이 줄어 환자가 다 나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시기에는 당뇨교육도 열심히 받고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다.

세번째 단계는 방황의 시기로 다시 부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며 "내가 꼭 주사를 맞아야 하나""왜 먹고 싶은 음식과 술을
즐길수 없는가" 등의 회의적인 생각이 들며 우울해진다.

이시기에는 가족들의 관심도 예전만 못하고 아는 친지나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다나있다.

주변에서 "왜 아직껏 주사를 맞고 있느냐" "주사는 평생가고 중독성이
있다는데 빨리 끊어야지"하면서 단서를 붙인다.

"특효약이 있다" "한약으로 고쳐라"하면서 잘못된 길로 유혹하는 것이다.

이때 많은 환자가 유혹에 넘어간다.

식사.약물.운동 요법등의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고 희망직전의
시기에서 자포자기에 빠져버린다.

혈당주사를 거르고 폭음 폭식을 일삼음으로써 혈당치가 오르고 소변에서
당이 다시 검출되게 된다.

네번째는 제2의 외부 내부로부터 충격을 받는 시기가 찾아온다.

외부로부터는 주위의 당뇨환자가 사망을 했다거나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거나 듣고 충격을 받는다.

내부로부터는 자신에게 어떤 합병증이 나타날때 충격을 받는다.

이시기에는 다시 환자들의 마음속에 당뇨병이란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며 이제부터 제대로 치료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새로
갖게 된다.

다섯번째는 평온의 시기로 들어가는데 이때에는 당뇨에 걸린지 상당시간이
지났고 어느 정도 습관과 규칙에 적응하게돼 비교적 순조로운 치료가
이뤄지며 식사요법을 잘지키려 애쓰며 병원도 규칙적으로 방문하는등
성실한 생활을 지속하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 이런 5단계의 심리변화가 한번으로 끝나는 사람도
있고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제2기나 제3기를 계속 머무르는 사람도 있다.

여하튼 환자의 심리상태가 변할때는 주위의 가족이나 의료인이 세심한
배려를 함으로써 부정적인 시기에는 조속히 이시기를 극복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긍정적인 시기에는 동요없이 호전된 상태가 유지되도록 이끌어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