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한양대 교수/경제학>

다가올 21세기에 일류국가 건설을 지향한다는 대전제하에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사관계 개혁이 가동됐다.

우리경제가 처한 대내외 여건과 전망을 고려해 볼때 노사관계 개혁의
당위성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선진형 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뒤따라야
될것이다.

첫째로 노사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
또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이를 위해서는 개혁의 추진과정에서
"모양새 갖추기"에 전략적 주안점이 두어져야 한다.

두번째 전제조건은 우리가 현재의 노사관계구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요구된다.

셋째로 요구되는 전제조건은 노사관계개혁의 내용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됨으로써 당장 "오늘"의 이해득실에 연연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노사모두가 승리하여 공동의 선을 이루는 데 경제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내용은 그동안 선진국들이 경험했던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소득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요구되었던 전제조건과 유사함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앞으로 노사관계개혁이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겠지만 우리사회가 처한
대내외적 여건을 종합해 볼때 궁극적으로 신노사관계구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위한 개혁추진의 과정에서 앞에서 언급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됨을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모양새 갖추기"를 위해서는 노사개혁위원회나 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에 어떻게 민노총이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대국민적
설득노력이 요구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가 민노총을 불법노조 법외노조 합법노조중 어느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혼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람직스럽기로는 민노총도 위원회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 대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상의 모양새 갖추기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현재 재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노사관계개혁의 결과를 염려하는 시각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신노사관계구상의 핵심은 우리기업이 세계화 과정에서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적여건을 마련해 주고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경쟁력강화가 선행되고 삶의 질 향상이 뒤따르는 수준이 최근들어
나타나는 범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수 없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를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의 효용극대화 보다는 평생의
효용극대화를 의미한다고 볼수 있다.

개혁의 당사자인 노사의 동참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노사를 안심시키고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혁의 목적이
개혁당사자인 노사에게 정확히 전달되어야 한다.

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지난 여소야대시절의 노동법개정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위원회에 충분한 독자성을 부여하여 정치논리를
배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동시에 위원회는 개혁의 진행과정에서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한 적극적인
대국민적 홍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위원회가 몇가지 대원칙하에 신노사관계구상이라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나라의 사례를 살펴보고 벤치마킹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개혁을 위해 외국의 저명한 전문가를
수입할 수 없다.

싱가포르가 80년대 후반에 고임금-고기술의 정책이 실패한 후 실시한
새로운 임금개혁작업에서 보여주었듯이 어느 한 나라의 모형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우리의 여건에 알맞는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싱가포르는생산성본부를 통해 임금개혁에 앞서 한국 일본 대만의
임금지급체계를 면밀히 검토한후 임금제도의 신축성 측면에서 한국의
모형이 가장 문제점이 많고 대만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이상적이나
싱가폴은 보다 신축적이고 자신에 맞는 임금개혁이 요구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오스트리아는 임금위원회와 물가위원회를 통해 임금.노사관계의 개선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위원회의 운영과정에서 노사간의 갈등이 표출될
경우 서로가 상대방을 이하하고 양보하여 타협을 보는데 이때 가장
큰 도움이 된 점은 그동안 쌓아온 노사간의 신뢰와 면의이었다는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고 생각된다.

노사관계 개혁이 최상의 결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절차상의 합목적성이
중시되어야 한다.

이는 노사관계 개혁의 주된 과제가 우리의 의식과 문화 제도와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즉 개혁의 최종 산출물의 하나가 법과 제도의 개선이라면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현행의 법과 제도를 충실히 준수해야만 국민적 동의를 구할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과정에서 "모양새 갖추기"가 중요시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급격하게 변동하는 국내외 여건과 다가올 21세기는 우리에게 기회용인과
우협요인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노사관계 개혁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요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전된다면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통해 노사관계가 국민경제에 걸림돌이
아닌 국민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앞당기는
가장 큰 활력소의 역할을 담당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