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골퍼들은 골프치는 것이 무슨 큰 벼슬이나 한것인양
특별한 대접받기를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골프장의 프런트에 근무하는 아가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골퍼들이
얼마나 자기만은 별난 대우를 받고자 하는지 쉽게알수 있다.

한편 골프장부킹하는 일이 하늘에 있는 별을 따오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다.

이에 대해 골퍼들은 하나같이 골프장의 횡포때문이라고 불평을 늘어
놓는다.

또한 그런 골프장이 있어 애꿎게 회원권을 가진 골퍼들을 골탕먹이는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골프장부킹이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도 골퍼의
숫자에 비교하여 골프장이 턱없이 모자라는 데에 있다.

그런데다가 별난 사람으로 대접받기를 원하는 골퍼들의 성질때문에
골프장부킹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필자도 며칠전 그런 골퍼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한 적이 있다.

평일회원에 불과하여 애시당초 부킹권한도 없는 주제에 골프장관계자를
찾아뵙고 필자의 각별한 사정을 들어 토요일 오후에 한자리만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그러자 그분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골프장에 있으면서 이런 때에 가장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소변호사님의 편의를 봐드리면 원칙이 무너지고 맙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필자는 다시 한번 주제넘는 예우를 받고자 하는
마음이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또한 필자가 어렸을 적에 어머님께서 주시던 한마디가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게지고 일하기 싫거든 면서기나 해라. 너는 분수에 맞지않게 꿈이
커서 탈이다"

그래서 정의란 각가자에게 그의 몫을 돌여주는 것이라던 울피아누스의
정의론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인데 이처럼 때때로 내 몫이상을 요구하는
버릇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어느 판사가 제주에 근무하는 동안 있었던 일이란다.

중문골프장의 책임자 한사람이 때마침 고등학교 선배라서 가끔 편의를
받을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자 그 분은 부킹청탁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일도 있었단다.

어느날 함께 근무하는 검사, 동기생 변호사,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사장님으로부터 부킹부탁을 받았다.

세 분 모두 자기에게 처음으로 부탁하는 일이라서 거절하지 못한채
어렵게 참으로 어렵게 세 분 모두의 부탁을 들어주었단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세사람이 부탁했던 부킹은 서울에 있는 검사에게 부탁한 것인데
그 검사님은 만일을 대비하여 자기가 알고 있는 판사, 변호사, 사장님에게
부탁했었다는 것이다.

골프장의 부킹난을 해소하는데에는 골프장측이 회원대우를 제대로
해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필자와 같이 분에 넘치는 예우를 받고자 하는 그릇된 마음을
없애는 일이 선행되지 않으면 화요일날의 골프장부킹전화는 아무런
응답없이 따르릉 거리면서 골퍼들의 애를 태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몫 이상을 요구하는 골퍼들의 특권의식을 결국 자기목을
조이는 부매랑이 되어 끊임없이 골퍼들을 짜증스럽게 만들고야 말것이
틀림없는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